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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손주영 May 01. 2024

롤렉스로 비행기 티켓을

새벽#8일차 누가복음 21:1-4

(누가복음 21:1-4)
1. 예수께서 눈을 들어 부자들이 헌금함에 헌금 넣는 것을 보시고
2. 또 어떤 가난한 과부가 두 렙돈 넣는 것을 보시고
3. 이르시되 내가 참으로 너희에게 말하노니 이 가난한 과부가 다른 모든 사람보다 많이 넣었도다
4. 저들은 그 풍족한 중에서 헌금을 넣었거니와 이 과부는 그 가난한 중에서 자기가 가지고 있는 생활비 전부를 넣었느니라 하시니라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을 받은 영화, 맥컬리 컬킨(Macaulay Culkin) 주연의 "나홀로집에(Home Alone)"는 내가 정말 좋아하는 영화 중 하나이다. 가족 모두가 크리스마스에 파리로 여행을 떠나지만, 뜻하지 않게 혼자 집에 남게 된 막내 아들 케빈(맥컬리 컬킨 扮)과 어딘지 모르게 어리숙한 빈집털이 도둑들의 쫓고 쫓기는 에피소드는 아찔하면서도 웃음을 자아낸다. 다만, 아이를 집에 놓고 왔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고 초조해하며 어떻게든 아이를 찾으려고 백방으로 뛰어다니는 부모님의 모습은 마음을 졸이게 한다. 그 중 인상적인 장면이 있는데, 케빈의 엄마(캐서린 오하라 扮)가 케빈이 있는 집으로 가기 위해 공항에서 시카고행 비행기를 타러 가지만 크리스마스 연휴에 당일 비행기 티켓을 구하기란 하늘에서 별따기였다. 티켓을 구하지 못한 그녀가 향한 곳은 댈러스행 비행기의 출국장 앞. 그곳에서 그녀는 처음 보는 노부부에게 뜻밖의 제안을 한다.


500달러, 휴대용 통역기, 일등석 두자리, 롤렉스 시계, 귀고리와 결혼반지까지..


그녀는 지금 드릴 수 있는 자신의 모든 것을 드릴테니, 비행기 좌석을 양보해달라고 애원한다. 노부부는 처음에 제안을 선뜻 받아들이지 못하고 거절하지만, 아이를 두고 온 엄마의 애타는 마음을 끝내 외면하지 못하고 수락해준다. 그녀에게는 지금 가진 돈과 시계 반지와 귀고리보다 당장 아이를 만나는 것이 절실했기 때문에 이러한 선택이 납득이 되었다.

<나홀로집에(Home Alone, 1990)>


자기가 가지고 있는 생활비 전부를 넣었느니라

성경에 비슷한 이야기가 나온다. 한 여인이 자기가 가지고 있던 생활비 전부를 어딘가에 넣었다는 것이다. 그게 얼마인지는 중요하지 않다. 단지 그가 갖고 있는 전부를 드렸다는 것은 그만큼 그에게도 간절한 무언가가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그것을 단지 '헌금에 전 재산을? 제정신이 아니다.' 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이것은 그저 기부의 형태가 아니라 그녀에게는 전 재산과도 같은 자신의 모든 비용을 내고 얻고자 하는 것이 무엇이었는가를 생각해볼만하다.


'가성비(價性比)' 란 가격 대비 성능 비율을 뜻하는 말로서 요즘에는 물건을 사거나 서비스에 값을 지불함에 있어서 이런 가치를 중요시하기도 한다. 효율적인 예산운용을 위해 필요한 부분이다. 그러나 때로는 가성비를 따지기보다는 조금 비싸더라도 지불할 수 밖에 없는 경우가 있다. 갑작스럽게 아파서 병원에서 치료를 받아야 하거나, 출근길에 장대같이 쏟아지는 소나기를 우산 없이 맞이한 경우라던가, 결혼 20주년을 맞이하여 아내와의 기념일에 그럴싸한 외식과 선물을 하고자 할 때에는 가성비보다 타이밍과 또 그보다 중요한 의미와 가치를 살피게 된다. 특히 생명과 연결되었다거나, 일생에 한 번 뿐인 기회라고 한다면 더욱 더 그럴 것이다.


Don't Cry for me


성경의 과부도 구원이라는 복음의 가치 앞에서 자신의 소유를 과감히 내려놓는 결단의 과정이 아니었을까 생각한다. 예전에 큰 감격함을 주었던 다큐멘터리 영화 '울지마 톤즈(Don't Cry for me, Sudan)'에서 故 이태석 신부님이 의사로서의 자신의 모든 명예와 소유를 내려놓고 생명을 살리는 일을 위해 아프리카 수단으로 가서 일생을 바쳤던 것 처럼, 고결하고 위대한 가치 앞에 꼭 쥐고 있던 주머니 속 나의 작은 소유를 내려놓는 일은 마땅히 해야할 일처럼 여겨진다. 그렇지만 내려놓음을 당연한 것이고 의무라고 여기진 않는다. 철저히 존중받아야 할 개인의 결정이라고 생각한다. 오늘도 복음이라는 소중한 가치 앞에 나의 하루를 온전히 내어드리며, 가치있게 살아내기를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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