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손주영 May 11. 2016

Mont blanc, Le mans and Jireh

몽블랑, 르망 그리고 이레

Montblanc


  Montblanc(몽블랑)은 프랑스와 이탈리아의 국경을 가로지르는 알프스산맥의 최고봉인 해발 4,810m의 높은 산이다.

우리나라의 백두산과 한라산이 그러하듯 유럽인들에게 몽블랑은 그들의 높은 자존심을 대변하는 산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Le mans(르망)은 어디인가

르망은 프랑스 북서부에 위치한 도시로 자동차 경주가 매해 열리는 곳으로 유명하다.


이 두 지역간 관계는 없다.

 


사실 내가 말하고 싶은 몽블랑은 90년의 역사를 가진 기업이다.


유럽인의 자존심 몽블랑 산 정상의 만년설을 형상화한 검은 바탕에 하얀 별모양 심볼(Montblanc Star)을 가진 몽블랑은 독일출신의 은행가 알프레드와 그의 친구인 엔지니어 출신 에버스타인으로부터 시작된 기업으로 지금까지 100년 가까이 만년필의 일등자리를 지켜왔다.


현재는 수많은 제품들이 몽블랑스타를 달고 세상에 나오게 되었지만, 몽블랑에서의 최고는 단연 필기구이다.

몽블랑이 만든 펜을 보면 그 몸체가 매우 가볍다. 만년필이라고 하면 오래써야하기 때문에 튼튼해야 하고, 그렇기 때문에 금속으로 되어야 할 것 처럼 생각되지만 마치 플라스틱으로 만든 것 처럼 매우 가볍다.

물론 펜촉(닙)은 금속으로 되어있기 때문에 아버지가 아들에게 또 그 아들에게 대를 물려준다해도 거뜬히 사용할 수 있다.


하지만 그 몸체는 잘못 떨어뜨리기라도 하면 금방 부서질 것처럼 매우 연약해보인다.

가벼운 그 몸체 때문에 흔히 플라스틱이라고 오해받지만 사실 천연수지로 만들어져있다. 나무라고 생각하면 된다.


강도가 세지 않은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오랜 세월이 지나면 지날수록 그 견고함은 점점 더해져 필기구로서의 내구성은 부족함이 없다.


그럼에도 이런 점을 납득하지 못하는 사람이 종종있다.

지인중에 몽블랑 펜을 실제 만져본 후 명품이라기엔 너무 연약하다며 던지면 산산조각 부서질 것이 불을 보듯 뻔하다고 말하는 사람이 있었다.


몽블랑을 던지다니... 몽블랑은 다트를 만들지 않는다. 그런데 왜?

(물론 500원짜리 모나* 펜은 왠만해선 부서지지 않는 질긴 생명력을 가지고 있긴 하지만...)


펜은 필기를 하기 위해 만들어진 물건이지, 던지거나 축구공처럼 발로 차기 위해 만들어지지 않았다.

이러한 사실을 알지만 우리들은 종종 값어치를 판단할 때 내구성을 비롯한 다양한 능력을 시험해보고 싶어하며, 입증하려한다.

스마트폰을 구입할때에도 던지거나 혹은 방패로 사용할 것이 아니지만 그 정도의 테스트를 견뎌주길 원한다.

심지어 요즘은 방진과 방수 테스트를 거쳐 물속에서도 사용이 가능한 스마트폰이 출시가 되었다.


우리는 물 속에 살지 않는데에도 말이다.


 


Le mans


잠시 처음으로 돌아가 르망이란 곳에 대해 이야기 해보자.


이곳도 사실 도시를 소개하기 보단 자동차 이야기를 하려한다.

내가 어릴적 나의 고모부께서는 "르망"이라고 하는 검은색 스포츠카를 타셨던 것이 기억난다.

2-door 로 되어 있어서 뒷자석에 타기 위해서는 조수석을 앞으로 젖히고 들어가도록 된 멋진 차였다.


"로망"이라는 말과 헷갈릴 수 있지만, 르망은 프랑스에서 해마다 열리는 "Le mans 24"(르망24)라고 하는 최고의 자동차 경주를 뜻하는데 이것이 어원이 되지 않을까 싶다.

우리가 보통 최고의 자동차 경주라고 하면 F1을 생각하는데, 물론 F1도 최고의 자동차 경주이지만, 르망24는 F1과는 전혀 다른 매력을 가진 경주이다.


간단히 살펴보면 르망24는 F1과 마찬가지로 각 자동차 회사의 최고의 자동차 머신들이 정해진 트랙을 따라 달리며 경쟁하는 레이스이지만 Lap수는 정해져있지 않다.


다만 시간만 정해져있을 뿐이다.


바로 24시간!


F1이 속도를 겨루는 레이스라면, 르망24는 자동차의 내구성을 겨루는 레이스로 자동차 회사들의 자존심을 건 대결이 펼쳐진다.

24시간 동안 쉬지 않고 진행되며 3명의 레이서가 교대하여 대략 13km의 트랙을 제한없이 반복하여 질주한다.

오랜시간 진행되다보니 자동차들간의 치열함보다는 내구성이 뛰어난 자동차만이 살아남아 완주를 하게 되며 대부분의 자동차들은 도중 결함이나 사고로 Retire 된다. 

(참고로 지난 10년간 챔피언은 독일의 Audi가 독차지 하고 있다.)


순위와 상관없이 완주를 하게 되면 엔진과 머신의 내구성을 높이 평가받게 된다.


하지만 아무리 뛰어난 내구성의 자동차라 할지라도 정해진 트랙을 벗어나, Off-Road를 달린다면, 1시간도 버티지 못하고 낙오하게 될 것이다.


말하고 싶은 것은 용도, 목적 그리고 한계를 인정하는 것이다.

작은 돌멩이 하나 없는 깨끗한 트랙과 Off-Road에서 모두 뛰어난 성능을 나타내는 차량은 있을 수 없다.

거기에 연비까지 요구한다면 답이 없을 것이다.


왜인지 모르게 우리는 엄격한 수준을 넘어서 말도 안되는 잣대를 사용할때가 많다.

특히 스스로에게 그리고 다른 사람에게 대할 때가 있다.


인간은 하나님이 창조하셨다.

하지만 목적없이 만들지 않으셨다.

우리는 우리가 만들어진 목적과 용도를 알고 거기에 맞는 삶을 살지 않으면 안된다.


슈퍼맨과 같은 능력을 갖추지 못했다 하여 쓸모가 없다고 할텐가?


던지면 부서질 허울뿐인 명품이라 할텐가?


하나님의 창조에서 목적없는 것은 단 한가지도 없다.

나도, 다른 사람도 하나님의 분명한 목적으로 쓰임받으며, 그 탁월한 내구성을 증명해보이길 원한다.


 


Jireh


나에겐 아들이 있다.


나는 어떤 부모가 될지 모르겠지만, 좋은 부모가 되고 싶다.

이 아이가 어떠한 일을 하지 못한다고 하여, 던지면 부서질 허울뿐인 명품이라 말하고 싶지 않다.


그는 그대로, 자신의 위치에서 쓰임받는 그대로 멋지게 해내며, 감당하며, 살아가는 아들이 되길 기대하며 지켜볼 생각이다.

물론 응원하고 전폭적으로 지원하며, 그를 위해 끊임없이 기도할 것이다.


성공할 때도 있을 것이고, 실패로 눈물이 떨어지는 날도 있겠지.

하지만 그것은 자신의 용도를 찾아가는 과정이며, 목적을 깨닫는 전환점들이 될 것이다.


아주 먼 이야기 겠지만, 아들 이레의 실패 앞에 행여라도 한숨쉬는 아버지가 되지 않기를

스스로에게 바란다.


 


2015.02.12


(이레와 아빠)


매거진의 이전글 Il Postino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