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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손주영 May 11. 2016

Il Postino

거울과 같은 영화

-전 사랑에 빠졌어요.

-심각하진 않아, 치료약이 있어.

-치료약은 없어요!
 치료되고 싶지 않아요, 계속 아프고 싶어요.
 전 사랑에 빠졌어요.

-상대는 누구지?

-이름은 베아트리체.

-단테로군.
 단테 알리그제리, 그도 베아트리체를 사랑했지.
 베아트리체란 영원한 사랑을 의미한다네.
  ... 그래서, 자넨 뭐라고 했나?

-할 말이 생각나지 않았어요.

-한마디도 안했단 말이야?

-한마디도 안한 건 아니죠.
 다섯 마디는 했어요.

-뭐라고 했는데?

-이름이 뭐에요? 라고 물었죠.

-그랬더니?

-'베아트리체 루소' 라고 대답했어요.

-'이름이 뭐에요?' 이건 세마딘데, 두마디는?

-'베아트리체 루소'라고 혼잣말을 했죠.     


언제 봐도 감동을 느끼게 하는 영화가 있다.

나에게는 이 영화가 바로 그런 영화다.


<il postino>는 칠레의 노벨 문학상 수상자였던 시인 파블로 네루다가 이탈리아 망명시절, 그의 전담 편지 배달부를 했던 청년과의 만남, 실화를 바탕으로 그린 영화이다.


이 영화는 마지막에 "To our friend Massimo" 라는 엔딩 크레딧으로 마무리가 되는데, Massimo는 극중 주인공인 편지 배달부 청년 역할을 연기했던 배우의 이름이다. 사실 그는 영화 촬영 내내 심장병 투병으로 인해 힘들어 했다고 한다. 실제로 영화를 보면 그의 얼굴에 짙은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는데, 이는 그가 얼마나 힘든 투병생활 중에 영화 촬영을 했는가를 알 수 있는 부분이다.

이토록 아픈 가운데에도 그가 영화 촬영을 강행한 것은 영화를 향한 그의 뜨거운 열정과 사랑 때문이었다. 그는 마지막 촬영을 마치고, 바로 다음 날 사망한 것으로 알려져있는데, 배우로서 생애 마지막 날 까지 자신이 사랑한 영화를 위해 불태웠던 배우의 숨결을 느낄 수 있는 영화다.


영화의 분위기는 서정적이고 아름답다. 이 영화를 보면 3가지가 하고 싶어지는데,

자전거를 타는 것,

멋진 자연으로 여행을 떠나는 것,

그리고

사랑을 하는 것이다.


배경이 되는 섬도 굉장히 아름다운 자연 경관을 가지고 있지만, 한 여인을 사랑했던 편지 배달부 청년의 순수한 마음은 극중 그 어떤 자연 경관보다도 아름답게 묘사되어 있다. 여인을 바라볼 때 청년의 눈빛은 그 어떤 것도 계산하지 않고, 아니, 계산하지 못하고 그저 바라만 볼뿐. 다른 생각은 전혀 할 수가 없는 모습이다.


하나님을 향한 나의 모습도 이러할까?


다른 욕심 전부 버려두고, 아무런 계산도 하지 아니하고, 정말 순수하게 바라볼 사랑이 내 안에도 있을까?

자신을 비춰보게 되는 거울과 같은 영화이다.

비단 극중 편지 배달부 청년뿐만 아니라, 실제 배우로서 그의 삶 역시 내 자신을 비춰보게 되는 거울이 되어주고 있다. 생애 마지막 한 날까지도 자신이 사랑하는 영화를 위해 바쳤던 그 열정에 비해, 나의 삶은 온전히 내가 사랑하는 것을 향해 가고 있는지...

종종 목사님 설교 중에 마지막 한 숨까지 복음을 내뱉고 싶다는 말씀을 들을 때가 있는데, 비록 대상은 다를지라도 Massimo의 열정이 바로 그런 것 아닐까.

나에게 있어서 하나님을 향한 열정이 회복되었으면 좋겠다.


여인을 사랑했던 순수 청년 마리오의 마음, 그리고 영화를 사랑했던 Massimo의 열정.

이 모든 것이 고스란히 녹아 여전히 나에게 최고의 영화로 기억되는 일 포스티노.

나 역시 하나님만을 바라보는 일 포스티노이자 Massimo가 되었으면 좋겠다.

(시인과 그의 우편배달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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