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손주영 May 07. 2024

비극(悲劇)

새벽#12일차 누가복음 22:1-13

(누가복음 22:1-13)
1. 유월절이라 하는 무교절이 다가오매
2. 대제사장들과 서기관들이 예수를 무슨 방도로 죽일까 궁리하니 이는 그들이 백성을 두려워함이더라
3. 열둘 중의 하나인 가룟인이라 부르는 유다에게 사탄이 들어가니
4. 이에 유다가 대제사장들과 성전 경비대장들에게 가서 예수를 넘겨 줄 방도를 의논하매
5. 그들이 기뻐하여 돈을 주기로 언약하는지라
6. 유다가 허락하고 예수를 무리가 없을 때에 넘겨 줄 기회를 찾더라
7. 유월절 양을 잡을 무교절날이 이른지라
8. 예수께서 베드로와 요한을 보내시며 이르시되 가서 우리를 위하여 유월절을 준비하여 우리로 먹게 하라
9. 여짜오되 어디서 준비하기를 원하시나이까
10. 이르시되 보라 너희가 성내로 들어가면 물 한 동이를 가지고 가는 사람을 만나리니 그가 들어가는 집으로 따라 들어가서
11. 그 집 주인에게 이르되 선생님이 네게 하는 말씀이 내가 내 제자들과 함께 유월절을 먹을 객실이 어디 있느냐 하시더라 하라
12. 그리하면 그가 자리를 마련한 큰 다락방을 보이리니 거기서 준비하라 하시니
13. 그들이 나가 그 하신 말씀대로 만나 유월절을 준비하니라
자기밖에 모르는 삶은 흔한 비극이다.
자기마저 모르는 삶은 더한 비극이다.


시인 박노해는 말했다. 자기밖에 모르는 삶은 흔한 비극이지만, 자기마저 모르는 삶은 더한 비극이라고. 성경에서 예수를 배신한 자로 너무나 유명한 가룟 유다라는 인물에 대한 본문을 볼 때마다 과연 유다는 자기밖에 모르는 자였을까 아니면 자기마저 모르는 자였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 성경의 다른 본문에서는 유다가 은 30냥을 받고 예수를 판 것으로 기록되었다. 이를 통해 유다는 돈을 밝히는 사람이고, 돈 때문에 사람의 생명을 팔아넘긴 파렴치한으로 생각하기도 했었다. 여기까지만 보면 그는 자기밖에 모르는 사람처럼 느껴진다. 자기의 이익만을 챙기고자 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오늘 본문에서 보면 유다에게 죄에 대한 생각을 집어 넣은 것은 사탄이라고 기록되었다. 곧 그가 온전히 사리분별하지 못하도록 유혹하고 꾀었던 존재가 있었던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유다는 자기가 예수를 팔아 넘기면서도 스스로 무슨 짓을 저지르고 있는지 깨닫지 못한건 아니었을까. 나중에 유다는 예수님을 팔고 받은 은냥을 버리고 스스로 목숨을 끊는 비극적인 선택을 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로써 그는 정작 자기 자신에 대해, 자기가 하는 행동에 대해 깨닫지 못했던 비극의 삶을 지내온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나는 늘 스스로 사리분별이 확실한 사람이라고 생각하지만, 결과적으로 그렇지 못했던 때가 종종 있었다는 것을 깨닫는다. 스스로를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것은 대단히 어려운 일이기도 하거니와, 그러한 객관적인 생각을 하지 못하도록 만드는 주변의 수많은 유혹과 판단을 흐리게 하는 목소리들이 종종 주변에 있음을 알고 경계해야 한다. 우리는 이미 받은 것을 충분히 누리며 주안에서 행복하게 살 수 있음에도, 자기밖에 모르는 비극 혹은 자기마저 모르는 비극의 길로 발걸음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눈앞의 이익을 쫓느라 예수의 생명을 내 손으로 거래하고 있진 않은지, 내 손에 쥐어진 것을 조심스레 들여다 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매거진의 이전글 그래도(島)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