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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손주영 May 10. 2024

겉옷을 팔아 검을 사라

새벽#15일차 누가복음 22:35-38

(누가복음 22:24-34)
35. 그들에게 이르시되 내가 너희를 전대와 배낭과 신발도 없이 보내었을 때에 부족한 것이 있더냐 이르되 없었나이다
36. 이르시되 이제는 전대 있는 자는 가질 것이요 배낭도 그리하고 검 없는 자는 겉옷을 팔아 살지어다
37. 내가 너희에게 말하노니 기록된 바 그는 불법자의 동류로 여김을 받았다 한 말이 내게 이루어져야 하리니 내게 관한 일이 이루어져 감이니라
38. 그들이 여짜오되 주여 보소서 여기 검 둘이 있나이다 대답하시되 족하다 하시니라


왕의 유언(遺言)

중세시대를 배경으로 하는 영화 속에서 임종을 앞둔 왕이 왕위를 이을 자식들과 신하들에게 마지막 당부의 말을 전하는 장면들을 종종보게 된다. 특히 전쟁을 앞둔 때라면 앞으로 국가를 위협하게 될 세력에 대응하여 무장하고 견고하게 방비(防備)하라는 유언을 남기는 왕의 모습들을 보게된다. 오늘 본문에서 예수님이 제자들에게 하는 말씀과 장면들은 흡사 이와 같다. 영화에서 처럼 숨이 넘어가기 직전에 침상에 누워있는 왕이 남기는 무거운 분위기에서의 유언처럼 보이지는 않지만, 예수님은 자신이 곧 죽게 될 것을 예언하며, 제자들에게 그 이후를 준비할 것에 대해 말씀하고 계신다.


예수님이 남긴 말씀

사실 전에 예수님께서는 제자들에게 아무것도 준비하지 말라고 말씀하신 바 있다. '배낭과 신발도 없이 보내었을 때(눅22:35)'라고 하신 때가 그렇다. 그때에는 제자들이 가진게 없어도 오직 하나님께 의지함으로 구할 것을 얻을 수 있게 하였으나, 이제 이들가운데 계신 예수님의 죽음 이후, 영적인 전쟁터로 보내질 이들에게 견고한 준비를 하도록 말씀하고 계신 것이다.


만일 나와 아내가 아이들만 남겨둔 채 당분간 여행을 떠난다던가, 반대로 아이들이 엄마 아빠 없이 당장 내일 해외로 가야할 경우, 무엇을 가장 중요하게 준비하라고 당부해야 할까? 돈? 숙소? 교통? 연락수단? 안전? 이제 겨우 초등학생인 아이들, 엄마아빠 품을 벗어나선 태권도 학원에서 캠핑 갔던 일이 전부인 이 녀석들에게 스스로 생존할 수 있도록 당장 몇마디 말로 준비시켜야 한다면 나는 어떤 말을 남길 것인가. 생각만 해도 가슴이 답답하다. 본인 없이 남겨질 제자들을 생각하며 예수님의 마음도 그러셨을까?


제자들은 몰랐을 수도 있겠으나, 마지막을 앞둔 예수님의 제자들을 향한 당부 말씀이 더욱 간절하게 느껴진다. 허락된 시간이 얼마 남지 않은 이가 사랑하는 자에게 남기는 메세지라고 생각하니, 그 말씀의 함축적인 의미와 다급하고 간절한 마음이 닿는 듯하다.


"임종을 앞둔 왕의 유언"(AI 생성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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