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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손주영 Dec 12. 2024

베일에 싸여있는 것

새벽#92일차 출애굽기 34:27-35

27. 여호와께서 모세에게 이르시되 너는 이 말들을 기록하라 내가 이 말들의 뜻대로 너와 이스라엘과 언약을 세웠음이니라 하시니라
28. 모세가 여호와와 함께 사십 일 사십 야를 거기 있으면서 떡도 먹지 아니하였고 물도 마시지 아니하였으며 여호와께서는 언약의 말씀 곧 십계명을 그 판들에 기록하셨더라
29. 모세가 그 증거의 두 판을 모세의 손에 들고 시내 산에서 내려오니 그 산에서 내려올 때에 모세는 자기가 여호와와 말하였음으로 말미암아 얼굴 피부에 광채가 나나 깨닫지 못하였더라
30. 아론과 온 이스라엘 자손이 모세를 볼 때에 모세의 얼굴 피부에 광채가 남을 보고 그에게 가까이 하기를 두려워하더니
31. 모세가 그들을 부르매 아론과 회중의 모든 어른이 모세에게로 오고 모세가 그들과 말하니
32. 그 후에야 온 이스라엘 자손이 가까이 오는지라 모세가 여호와께서 시내 산에서 자기에게 이르신 말씀을 다 그들에게 명령하고
33. 모세가 그들에게 말하기를 마치고 수건으로 자기 얼굴을 가렸더라
34. 그러나 모세가 여호와 앞에 들어가서 함께 말할 때에는 나오기까지 수건을 벗고 있다가 나와서는 그 명령하신 일을 이스라엘 자손에게 전하며
35. 이스라엘 자손이 모세의 얼굴의 광채를 보므로 모세가 여호와께 말하러 들어가기까지 다시 수건으로 자기 얼굴을 가렸더라
그날의 진실은 여전히 베일에 싸여있습니다

베일에 싸여있다는 말은 언론 보도 중에 종종 듣게 되는 표현이다. 무엇인가 궁금한 내용이 있는데 추측만 난무할 뿐, 진실이 명확하게 규명되거나 드러나지 않았을 경우 이와같이 말한다. 베일(Veil)은 여성들이 얼굴을 가리거나 장식하기 위해서 머리에 쓰는 얇은 천이나 망사를 의미한다. 영화 속에서 서양식 장례식이나 결혼식에서 베일을 두른 여인들의 모습을 찾아볼 수 있다. 베일을 쓰면 빛에 의해 얼굴의 실루엣은 보이지만, 표정이나 이런 것은 노출되지 않기 때문에 바라보는 사람들로 하여금 베일을 쓴 사람의 얼굴을 볼 수 없도록 하는 효과가 있다. 이것은 자신의 표정이나 얼굴을 가리고 싶어하는 정도에 따라 베일의 두께나 종류를 정할 수 있고, 이는 베일을 쓰는 사람의 의도가 반영되어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다보니 은유적으로 비밀스럽게 가려져 있는 상태를 표현하고자 할 때에도 사용되고 있다.


오늘 말씀 속에서 모세가 자신의 얼굴을 가린 것도 역시 베일(Veil)이다. 이는 모세의 의도가 반영되어 있다고 할 수 있는데, 다만 모세는 감추고 싶은 것보다도 드러내고 싶은 것이 있기 때문일 것으로 생각된다. 이스라엘 백성들이 자기 얼굴의 광채보다 하나님의 말씀에 더욱 주목하게 하고 싶은 의도가 바로 그것이다.


종종 마트에 가면 물건의 한 부분을 스티커로 가려놓은 걸 볼 수가 있다. 아마 상품과 관련한 정보가 잘못 표기 되었거나, 포장에 인쇄된 내용에 대해 수정이 필요할 때 그것을 새로운 내용으로 대체하기 위해 덧붙여 놓은 것일 것이다. 그런데 나는 그런 걸 보면 종종 원래는 뭐라고 잘못 표기되어있던 것일까? 하고 궁금해서 스티커를 떼어보기도 한다. 포스터나, 광고전단에서도 전화번호가 잘못 기재되었거나 하는 등의 이유로 내용 수정을 위해 덧붙여 놓은 것이 있는데, 굳이 떼어보지 않더라도 이리저리 전등 불빛에 비추어 원래는 뭐라고 쓰여있었는지 찾아보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이와같은 행동은 그것을 가리기 위해 덧붙인 사람의 의도에 반(反)하는 것이다.


부모의 입장에서 아이들에게 '하지 말라', '만지지 말라'고 재차 요구하는 경우가 있는데, 그런 경우 당연히 위험하거나 불필요하기 때문이겠지만, 아이들은 그럴수록 더 호기심을 갖고 쳐다보기도 한다. 어린아이가 아닌 어른이라고 해서 그러한 호기심어린 마음들이 없을리 없겠지만, 상대의 의도를 잘 판단하고 이해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손을 쭉 펴서 손가락으로 정말 정말 중요한 것을 가리키고 있는데, 정작 내가 가리키는 대상에는 관심이 없고 내 손 끝만 쳐다보고 있다면 얼마나 답답하겠는가. 베일에 싸여있다면, 겉에서 베일만 쳐다볼 것이 아니라 베일에 싼 상대의 의도와 그것을 통해 전달하고자 하는 바를 알아야 한다. 바라기는, 적어도 진리 앞에서는 의도된 바가 정확하게 잘 전달될 수 있도록 항상 깨어 집중할 수 있는 지혜가 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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