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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손주영 Jul 14. 2016

여행과 관광의 차이

인생의 여정

휴가철

휴가철이 다가왔다.

우리 집은 이번 여름 휴가를 skip 하기로 했다.

이유는 우리 집에 막내가 태어났기 때문이다.

지난 주 아내는 둘째 딸아이를 출산했다.


매년 이 시기만 되면, 피서지로 떠나는 여행객들로 떠들썩하다.

국내의 그늘진 산과 시원한 바다로 떠나는 사람도 있겠고, 해외로 휴양을 떠나는 사람도 있다.

휴가란 모름지기 집에서 뒹굴뒹굴하며 쉬는게 최고라며 방콕을 하시는 분들도 많이 계실 것이다.

하지만 떠난다고 해서 다 같지는 않을 것이다.

누군가는 여행을, 누군가는 관광을 하고 있을 것.

무엇이 옳고 그르다고 할 수는 없겠으나, 개인적으로는 여행이 더 매력적이라 생각한다.


길을 잃는 것에서부터 시작하는 것이 여행이라면,
길을 잃지 않아야 완벽한 관광이 된다고 할 수 있다.



네비게이션 없던 시절

어릴적 부모님과 함께 휴가를 떠날 때만 해도 지금처럼 네비게이션이 있지 않아서

관광지가 소개된 지도책을 갖고 출발하여 이정표를 보고 길을 찾아가며

해가 지면 인근 숙소에 머물다가

날이 밝으면 인근 계곡으로 놀러가기도 하고

도로를 달리다가 배가 고프면 보이는 식당에 들어가 밥을 먹었다.

길을 잘못 들어 구불구불한 산길을 한참이나 후진으로 나와야 할 때도 있었고,

때로는 운이 좋아 완벽한 맛집을 찾아내기도 했었다.

물론 목적지가 없이 무작정 떠난 것은 아니었다.

목적지는 있었지만 그곳을 찾아가는 자체가 바로 여행이었다.


오히려 아쉬운 것은 목적지에 도착한 뒤 부터이다.

도착한 뒤엔 모든 여행이 종료되고 관광모드로 전환된다.

사실 제대로 된 관광도 아니다. 경주에 갔을 때에도 첨성대와 석굴암 모두 뒷통수로만 봐야했다.

뒤로 돌아 사진기에 대고 'V[브이]' 해야하기 때문이다. 물론 추억을 위해 사진으로 남기는 것을 나쁘다 말할 건 아니겠지만, 아무래도 주객전도가 된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심지어 요즘은 네비게이션의 발달로 길을 잘못 찾을 일도 없고 예상시간에 정확하게 목적지에 도착하려다 보니, 여행이란 없어지고 주마간산(走馬看山)격으로 목적지에 도착하여 인터넷에서 찾아봤던 그 장면을 다시 내 사진기에 담아 오는 수고스러운 일을 우리는 하고 있지 않은가.

아무리 요즘 성과주의라고는 하지만 여행도 마치 실적주의처럼 주어진 시간 안에 최대한 많은 곳을 보고 사진으로 남겨 SNS에 자랑하듯 올려야 하는 요즘의 분주한 여행이 진정한 의미의 여행인지 잘 모르겠다.


우리의 인생도 긴 여정에 비유한다면...

네비게이션이 알려주는 정해진 길로만 쉬지 않고 간다면 길을 잃지도 않고

실패없이 예정된 나이에 예정된 목적을 달성한다면 그것이 정말 성공한 인생일까?

모두가 이같은 성공가두를 달리는 사회가 진정 건강한 사회인지, 위기 앞에 대처할 능력이 있는지 의심스럽다.

나무가 썩어야 거름이 되는 법이다.

모두 파릇파릇한 나무만 있다면 그들이 자양분을 얻을 곳은 어디인가.

우리의 실패가 또 다른 자신의 미래에게는 자양분이 되며

길을 잃어 마주한 골목에서부터 새로운 여행이 시작되듯

우리의 인생은 실패와 실수를 진정 필요로 하고 있다.



불가항력[不可抗力] 속 여유

내가 대학생 때, 인도네시아로 선교봉사를 떠난 적이 있다.

그때 우린 태권도를 가르칠 준비도 하고,

미술수업, 연극, 운동회 같은 것들을 많이 준비해갔었다. 주로 초등학교나 유치원에 있는 아이들을 위해 이것저것 준비를 해갔던 것이다. 그런데 막상 현지에 도착하니 날씨같은 여러가지 사정때문에 준비한 것들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일이 생겨버렸다. 꽤 오랜시간 동안 시간을 쪼개어 열심히 준비를 해왔던터라, 우리들끼리는 정말 많이 실망을 했었다. 하지만 현지에 계셨던 목사님은 이러한 말씀을 해주셨다.


준비는 철저히 하되, 계획은 없이


"불가항력(不可抗力)"이라는 말이 있다.

우리의 능력 밖의 일이라는 것이다.

불과 열흘 남짓한 선교지에서조차 우리의 능력으로는 어찌할 수 없는 불가항력의 상황을 마주하였는데, 기나긴 우리의 인생 가운데 이러한 일을 마주하지 않는다고 장담할 수 있겠는가.

인생에는 불가항력의 일들이 비일비재(非一非再)하다. 그때마다 우리가 실망하고 좌절할 필요는 없다.

가끔은 달리던 말에서 내려 주변을 둘러보는 여유를 가져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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