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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손주영 Mar 23. 2017

자녀들과 부담 나눠갖기

내 집 마련의 꿈을 아이들과 함께갖기

1. 새 집인가 헌 집인가?

올해로

큰 아이가 4살

작은 아이가 2살


그리고 올해 9월이 되면, 전세집 계약이 만료되어 이사를 준비 중이다.

새 집 또는 헌 집.

둘 중 택해야 하는 고민이 우리 부부에게 있다.


나는 헌 집으로 가길 택했다.

많은 것을 놓고 고민했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새 집으로 가는 것에 대하여 좀 더 아이들과 공유하고 싶어서다.

응?

어떤 의미일까?



2. 모델하우스

내 어릴적을 돌아보면 초등학교 때 정기적으로 아버지와 함께 은행을 방문했던 기억이 난다.

이유는 저축을 위해서다.

그런데 중요한 것은 저축의 목적이었다.

아버지는 지금 내가 저축한 이 돈으로 우리 가족이 함께 살 새 집을 마련할 것이라고 가르쳐주셨다.

그리고 언제나 저축을 하고나서는 아파트 모델하우스에 데려가셨다.

예쁘게 인테리어 된 모델하우스 안에서 아버지는 항상


  "여기가 주영이 방이고, 저기가 보람이 방이야."


하고 말씀하셨다.

(드디어 입주하던 날, 신이 난 나와 동생의 퍼포먼스, 1997)

집에 돌아와서 나는 아파트 모델하우스에서 가져온 카탈로그의 평면도를 펼쳐놓고선 동생과 숨바꼭질 할 때 어디에 숨어야 할까, 어떻게 도망다녀야 할까 이런 것들을 상상하며 즐거워했다.


어느 시기부터인가는 모델하우스가 문을 닫았다. 하지만 관리하시는 분께 부탁해서, 뒷 문으로 들어가 아무도 없는 모델하우스를 아버지와 함께 돌아다녀보기도 했었다.


분양이 완료되고나서는 모델하우스가 완전히 철거되었다. 이제 뒷 문으로 들어갈 수조차 없게 되었다. 아버지는 그때부터 우리를 아파트 건설현장으로 데려가셨다. 그리고 동 전체가 보이는 언덕에 멀찌감치 차를 세우곤 아파트가 몇 층까지 올라갔는지 세어보라고 하셨다.


  "하나, 둘, 셋... 15층! 이제 5개 남았어요!"



그렇게 거의 매일 특별한 일이 없으면 언제나 저녁을 먹고나서 공사중인 아파트를 보러 함께 갔었다.

그리고 대망의 아파트 입주일이 되었을 때.

아버지는 우리 가족 모두의 노력과 저축 덕분에 이렇게 새 집을 갖게 되었다고 말씀하셨다.

그 말을 듣는 나는 자랑스럽고 뿌듯했다.

전에 살던 헌 집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커다랗고 깔끔한 아파트.

그동안 갖고 싶었던 것들을 과감히 포기하고 받은 세벳돈을 저축했다는 것에 대해 스스로 대견하게 생각되었다. 사실 지금와서 돌아보면 초등학생이 코묻은 돈을 모아봤자 얼마나 되었을까 싶다. 오히려 내가 학교 다니면서 나에게 들어간 돈이 더 많았지 않았을까 싶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모든 과정을 함께 할 수 있도록 배려해주신 나의 아버지께 감사할 따름이다.



3. 구성원으로서의 자녀들

이젠 내가 그 역할을 할 때가 되었다.

우리 집에 이 두 녀석, 아직은 2살, 4살... 본능이 더 앞설 나이지만, 점차 성장해나감에 따라 집안의 대소사들을 공유하고 함께 나누고 싶은 생각이다.

어리다고, 별로 도움도 되지 않는다고 하여 아이들과 상의없이 부부의 단독 결정만으로 그렇게 진행하지 않으려고 한다. 집을 고를 때에도 아이들의 생각을 들어보고, 저축도, 절약도, 모든 과정을 함께 하려고 한다. 그래서 아이들이 짊어질 수 있을만큼의 책임과 부담을 나눠주고, 또한 그 결실을 받을 그 날에 그 기쁨과 뿌듯함을 아이들과 역시 나누길 소망한다.


어쩌면 아이들이 굳이 생각하지 않아도 될 일을 두고 아빠가 괜히 고민하게 만드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지만, 이러한 일들이 어린 시절부터 나에게 미친 영향은 상당히 긍정적이었다. 여전히 나는 크고 작은 문제들을 아버지와 상의한다. 그 문제들은 나의 숙제일때도 있었고, 아버지의 고민일때도 있었다. 이것은 무조건 도와달라고 의지하는 것과는 다르다. 아버지와 함께 다양한 의견을 나눠보고, 때로는 언쟁도 해보지만 그 모든 과정을 통해 나는 아버지의 지혜를 배운다. 어른이 왜 어른인가, 그 풍부한 경험과 지혜에 대한 답을 자연스럽게 얻어가는 중이다.


그렇다고 해서 나의 아이들에게 무조건 아빠의 경험과 판단을 강요하려는 것은 아니다. 생각하고 깨달아가며, 작은 사회인 가정안에서 스스로의 역할과 책임을 조금씩이라도 가져보고 이것들을 통해 아이들이 성장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주고 싶을 뿐이다.


물론, 이 모든 계획과 과정 가운데 함께하실 나의 하나님을 또한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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