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광진구 자양로 13나길 17
집에서 구의역까지 가기 위해선 골목 시장을 지나쳐야 한다. 꽤 긴 거리의 출근길이지만 나는 이걸 출근길 복지라고 생각한다. 형형색색의 온갖 물건과 진열된 음식들에 고개가 이리저리 돌아간다. 그중에서도 명동 음식 백화점은 골목 시장에서 발견한 나의 최초의 탐험지이자 이제는 인생 떡볶이집이 되어버린 일방적인 소울메이트이다. 새마을 구판장 맞은편에 위치한 분식점은 시장 내에서도 꽤나 큰 규모이다. 한쪽 구석에는 옛날통닭을(지금은 오리구이로 바뀌었다. 24년 10월 27일 기준 닭강정 집으로 바뀌었다. 아마도 이 백화점의 간이 팝업스토어인격이다. ) 그리고 일렬로 늘어서서 떡볶이, 군만두, 김밥 친구들이 항상 반겨주고 있다. 퇴근길, 빨간 양념에 푹 익혀진 떡볶이에선 김이 모락모락 나고, 그 옆으로 튼실하면서도 먹음직스럽게 일렬로 줄지어 있는 군만두의 모습을 볼 때면 나는 이미 눈으로 3인분을 먹고도 남았다.
그렇게 매번 눈으로만 탐색을 하다가 처음 떡볶이와 만두를 사서 먹었던 날을 잊을 수 없다. 푹익은 쌀떡에 양념이 깊이 배어있고 어묵 국물로 간을 한듯한 양념은 달짝지근하면서도 매콤한 시장 떡볶이의 맛 그대로다. 너무도 당연하다는 듯 2인분 같은 1인분을 주는 것도 이 분식집의 매력이다. 떡볶이도 떡볶이지만 사실 이 집의 킥은 군만두이다. 찐만두와 군만두 그 사이 어딘가. 겉은 살짝 바삭, 아니 사실 눅눅에 가깝지만 안은 찐만두만큼이나 촉촉한 그만두. 그냥 먹어도 맛있지만 떡볶이와 함께 먹었을 때는 정말 거짓말 조금 보태서 요리왕 비룡에서만 볼 수 있던 용이 한 마리 지나간다. 김밥은 그에 비해 평범한 맛이지만, 그래도 떡볶이와 만두와 곁들여 먹기에 충분하다.
그렇게 명동 음식 백화점은 묻고 따지지도 않고 우리 동네에 처음 놀러 온 사람들에게 먼저 보여주는 코스가 되어버렸다. 만약 1일 자양동 가이드를 하게 된다면, 나는 먼저 새마을 구판장에서 시원한 스파클링 와인을 한잔 사고 맞은편 명동 음식 백화점에서 떡볶이와 만두 그리고 김밥을 싸서 뚝섬 한강공원으로 향할 것이다. 더 무엇을 할 필요가 없을 정도이다. 이 투어는 감히 백 프로 성공적일 거라 단언해 본다. 글을 쓰다 보니 무척 배가 고파진다. 다음에 우리 집엔 누가 오려나 기대해 본다. 사실 만남은 핑계고 얼른 이 경이로운 즐거움을 같이 나누고 전파하고 싶어 진다.
참고로 음식 백화점의 또 다른 별미 하나는 묵사발이다! 나에게 진짜 묵사발 맛을 가르쳐준 소중한 스승님, 여름은 싫지만 시원한 묵사발을 먹을 생각하면 마냥 싫지만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