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원룸에 가깝지만 미닫이 문이 공간 분리를 해주는 1.5룸에 살고 있다. 중문을 사이에 둔 두 개의 공간이 있었는데 주방과 붙어있는 작은 쪽 공간에 옷장과 침대를 바짝 몰아넣어 두었었다. 작업이나 공부를 위해 마련한 엄청 큰 사이즈의 책상에 '온전한 방'을 내어주느라 옷장 옆에 바짝 붙은 침대는 양 옆이 꽉 막혀 누울 때마다 갑갑한 느낌을 주었다. 주방에서 가까운 쪽이라 공간에 음식 냄새가 더 잘 남았고 외출 준비로 옷장을 드나들다보면 침구에 먼지가 내려 앉았다. 그러나 불편함을 느낌에도 불구하고 나는 그 배치가 효율적이라고 생각했고 오랫동안 고수했다. 잠이야 대충 자면 되는 거라고 생각했으니까.
이번 기회에 나는 침대를 큰 방 쪽으로 끄집어 내었다. 미닫이 문을 닫으면 부엌과 분리가 되었다. 그제야 좀 침실같이 느껴졌다. 하나만 사서 자주 세탁하고 오래 사용하다보니 보풀이 난 침구는 새 것으로 바꾸었다. 볼에 닿는 보들한 촉감에 누울 때마다 기분이 좋아졌다. 마음에 드는 조명을 하나 골라 침대 옆 협탁에 두었다. 늘 책을 읽다 자기 직전 불을 끄러 오가는 것이 불편했는데 조명 하나로 삶의 질이 확 상승되었다. 이전의 나는 주로 자는 것이 싫어 버티다가 피곤에 지치면 어영부영 잠들곤 했었다. 이제는 자기 전에 좋아하는 조명을 알맞은 조도로 켜두고 촉감 좋은 침대에 누워 좋아하는 차를 마시고 책을 읽는다.
내가 좋아하는 감각에 온전히 집중할 수 있도록 꾸며진 공간은 마치 나를 위로하고 격려해주는 듯한 느낌을 준다. 휴식에 대한 내 마음이 바뀐 것도 있겠지만, 잠드는 공간을 온전히 내 취향으로 꾸미고 나니 잠들기 전 시간을 즐길 수 있게 되었다. 매일을 바꾸는 데에 생각보다 엄청 큰 무언가가 필요한 건 아니라는 사실을, 사소해 보였던 작은 부분들의 변화로도 같은 시간, 같은 행동이 다른 행복으로 다가올 수 있음을 배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