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Song Greem Aug 03. 2023

영역동물의 Home Sweet Home (3)

나만의 작은 정원 가꾸기

2. 무의미한 일의 의미 - 나만의 작은 정원


 침실을 꾸미고 나니 이번엔 침대 옆 창가로 눈길이 갔다. 비어있던 맞은 편에 더 높은 건물이 올라서면서 커튼을 잘 열어두지 않게 되었다. 급하게 출근하고 퇴근하다보니 커튼을 여닫는 일을 잊는 경우도 많았다. 하루종일 사무실에 앉아있어 안그래도 해를 보기가 힘든데, 집에 햇빛을 들이고 해를 보는 일에 소홀했었다.


 그러던 중 플로리스트가 된 친구에게서 화분을 선물받았다. 분홍빛 연약한 꽃잎과 연한 이파리가 신경쓰여 매일같이 해를 보여주려 노력했다. 매일 출근 전에 커튼을 열고 해가 잘 드는 자리를 잡아주었다. 날마다 의식처럼 하는 일은 생각보다 금방 습관이 되었다. 아침에 커튼을 열고 날씨를 살피고 화분을 들여다보는 일을 반복하다 깨달았다. '무언가와 함께 하는 일, 돌보고 정성을 기울이는 일은 성가시지만 즐거운 일이구나.'


 화분에 점점 더 애정과 관심이 생겨 알아보던 중 주변 지인에게서 바질과 애플민트를 추천받았다. 이 김에 식물 친구들을 더 들여보기로 했다. 창문 앞에 선반을 두고 식물을 위한 공간을 만들기로 했다. 사생활 보호는 되지만 햇빛은 전보다 잘 들어올 수 있도록 얇고 흰 커튼을 마련했다. 대부분 닫아두던 짙은 색 암막 커튼 때문에 암실처럼 어둡던 방이 환해졌다. 낮이면 건너편 건물들만 보이던 회색빛 창가는 나만의 작은 정원이 되었다. 화분 3개 뿐인 작은 공간이었지만 나무 많은 동네에서 자라 항상 공원과 초록빛을 그리워하던 나에겐 선물같은 공간이었다.


 작은 공간과 미미한 관심만 주었음에도 꿋꿋하게 자라나는 생명들은 볼수록 대견하고 고마웠다. 이전에는 무의미하다 생각했던 일에서 무언가를, 더불어 나를 돌보는 일의 의미를 배웠다. 이런 여러가지 작은 변화들에 힘입어 나는 나를 위하는 공간과 일에 점점 익숙해졌다. 바뀐 공간과 분위기 덕분에 여유가 생겼고 나를 다그치기 보다는 위로하고 응원해줄 수 있는 마음의 여분이 남았다. 


나를 위하는 공간을 만들어가고 꾸준하게 가꾸는 스스로가 대견했다. 그 공간에서 보내는 시간이, 내 삶이, 그 속에서 웃음이 많아진 내가 조금씩 더 좋아졌다.



매거진의 이전글 영역동물의 Home Sweet Home (2)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