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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ong Greem Apr 25. 2023

[당신과의 이별기록]

미안해요. 고마워요. 보고 싶을 거에요. 그리고 사랑해요.

 쌀쌀함과 따뜻함이 공존하는 초봄의 공기가 느껴지기 시작하니 작년 이맘때쯤 이었던 당신의 장례식이 떠오릅니다. 당신을 제대로 보내주는 데에 꼬박 일년이라는 시간이 걸렸습니다. 사실 아직도 제가 괜찮아진 것인지 잘 모르겠어요. 완전히 괜찮아지는 날이 오기는 할까요. 그래도 포근해진 날씨 덕분인지 아니면 예쁘게 흩날리는 벚꽃 덕분인지, 요즘은 마음이 부쩍 괜찮습니다. 타인의 부고나 안타까운 소식을 들으면 왈칵 눈물부터 쏟는 대신 그래도 당신의 마지막은 그리 아프지는 않았다는 사실을 위안 삼을 수 있는 데 까지는 온 것 같습니다.


 어떻게 보냈는지 기억도 잘 나지 않는 시간들, 어찌어찌 지나 온 그 길에서 저는 많이 아팠어요. 당신이 많이 그리웠고 당신의 부재가 두려웠어요. 당신과 쌓은 시간이, 추억이, 당신이 한결같이 보내주던 사랑과 응원이 세상에서, 나의 기억에서 희미해지다가 그대로 영영 사라져버릴까봐 마냥 공허하고 두려웠습니다. 그래서 당신의 장례식에서 울면서 약속한 것처럼 '당신 몫까지 두배 더 멋지게' 살지는 못했습니다. 그렇지만 그 과정에서 느껴본 적 없는 감정들을 느꼈고, 덕분에 많은 것들을 배웠나 봅니다. 문득 정신을 차려보니 아주 조금쯤 더 단단해진 내가 느껴졌으니까요.


 당신이 동화처럼 밝게 꾸며주었던 어린 날의 행복한 기억들이 당신과의 이별과 함께 희미해져 갑니다. 이제 나는 인생의 어쩔 수 없는 부분들, 나의 연약함과 한계를 마주하는 어른이 되었습니다. 그러나 당신이 남겨준 다정한 기억들 덕분에 매일 더 나은 방향으로 나아가기 위해 노력 중입니다. 모든 어쩔 수 없는 현실과 그로 인한 무기력에도 불구하고 오늘을 다정하고 행복하게 살아야할 의미를 찾아나서는 어른이 되려 노력 중입니다. 오래 전 당신이 그랬듯이요.


 작년 봄, 당신과의 이별과 여러 일들로 인해 넘어져 일어서지 못했던 스스로에게 주었던 애도 기한은 일년이었습니다. 그리고 이제 그 일년이 다 지났으니 다시 일어서야 할 때인 것 같습니다. 너무 오래 넘어져 있으면 당신이 슬퍼할 테니까요. 대신 일어서는 첫걸음은 당신과 이별에 대한 기록으로, 당신을 추억하고 당신의 흔적을 세상에 남기는 일로 시작하려고 합니다. 이 일과 함께 이제 정말 마지막 인사를 하려해요.



사랑하는 할아버지.

내 영원한 신사, 내 오랜 롤모델, 내 다정한 사랑.


함께 많은 시간 보내지 못해 미안해요.

한결같이 나를 있는 그대로 사랑해주어서 고마워요.


오래도록 생각날 거에요. 많이 보고 싶을 거에요.  

다시 만날 때까지 행복하게 잘 지내야해요. 나도 그럴테니.


사랑해요.

안녕, 안녕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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