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툰 딸의 사랑법 3

엄마와 비누와 어드벤트 캘린더, 그리고 편지.

by Song Greem


고민을 거듭하던 중, 우연히 보게 된 유튜브 연말 선물 추천 영상에서 어드벤트 캘린더를 보게 되었다. 어드벤트 캘린더는 12월에 크리스마스를 기다리며 매일 하나씩 선물을 열어볼 수 있도록 만들어진 연말 이벤트용 달력이다. 원래는 어린아이들을 위한 초콜릿, 젤리 등을 메인으로 하는 회사에서 많이 만들어 출시했던 것 같은데, 요즘은 뷰티 브랜드에서도 많이 나오는 모양이었다. 살펴보니 뷰티 브랜드의 어드벤트 캘린더는 보통 비누를 포함한 각종 목욕용품이나 핸드크림, 립밤 등으로 구성된 경우가 많았다. 마음에 들었다. 비누에 대한 씁쓸한 기억이 하나 있으면 비누에 대한 좋은 기억도 하나쯤 있으면 좋겠지. 무엇보다 거의 한 달을 매일 열어보게 된다는 점도 마음에 들었다. 매일 함께 할 수는 없어도 매일 선물 받는 기분을 줄 수 있을 것 같아서. 엄마 조금만 기다려. 내가 예쁜 비누 왕창 사줄게.


어드벤트 캘린더로 정한 후에도 선택지는 어마어마했다. 브랜드 별로 구성과 디자인이 천차만별이었다. 오랜만의 (현금이 아닌…ㅋㅋㅋ) 크리스마스 선물이라 무언가 좀더 상징적으로 느껴져서 더 열심히 골랐던 것 같다. 아주 귀엽고 예쁘고 소녀스러운 것으로. 마침내 어린 아이도 좋아했을 법한 인형의 집을 찾았다. 다른 집 엄마와 딸을 부러운 눈으로 쳐다보고 있었을 아이도 웃게 해줄 수 있을 만큼 사랑스러운 디자인이라고 생각했다. 좀더 유명한 브랜드 걸 사주고 싶어 고민했지만 결국 그걸 선물로 준비했다. 내가 엄마의 어린 날로 돌아갈 수는 없지만, 어린 날부터 이어져왔을 헛헛함까지 채워줄 수 있기를 바랐기 때문에. 당신에게는 그럴 자격이 충분하니까. 엄마에게 아픔인 것이 있다면 그것에 대해 내가 더 좋은 기억을 만들어 줄게.


엄마는 여전히 무언가 받는 것을 불편해하니 이건 서프라이즈로 해야겠다. 말로 전하기에는 조금 쑥스러우니 짧은 카드도 하나 얹어서. 사실 편지도 낯설긴 마찬가지지만 그래도 짧은 글로나마 전해주고 싶은 말이 있으니까.


엄마의 연말이 매일 즐겁고 따뜻하길 바라면서 준비했어.
엄마가 언제나 예쁜 것만 보고 좋은 것만 쓰고 맘에 드는 일만 했으면 좋겠어.
그렇게 하지 못한 시간이 길어서 낯설더라도 이제라도 그냥 그랬으면 좋겠어.

매일이 마음이 따뜻하고 평안하게, '나는 사랑받고 있다'고 확신할 수 있는 기분이기를.
매일 곁에 함께 할 수는 없지만, 매일 하나씩 열어보면서 그런 마음이 느껴질 수 있기를 바라.
세상에서 제일 소중한 우리 엄마, 사랑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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