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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송사원 Feb 13. 2019

서로가 서로를 알아주는, <개인주의자 선언>

배려와 공감에서 오는 진정한 개인주의



개인주의자 선언

술술 읽힐 줄 알고 구매했는데, 의외로 어려운 내용들이 한가득이라 상당히 오랜 기간 조금씩 조금씩 읽었다. '제목만 보면 완전 내 스타일인데, 왜 이렇게 어려워'하고 갸우뚱하면서도 '판사님이 해주는 말이니 새겨듣자'라며 몇몇 문장엔 밑줄까지 쳤다.


요즘은 tmi니 뭐니 하면서 타인에 대한 알고 싶지도, 궁금하지도 않은 정보들을 대놓고 배제할 줄 아는 개인주의 시대이다. 흔히들 개인주의하면 나만 생각하는 이기주의를 떠올리기 십상이지만 사실 진정한 개인주의란 배려와 공감에서 온다. 최저임금 인상에 편의점 점주들이 반발하고 52시간 근무제 하에서워크와 라이프 사이의 간극은 여전히 언밸런스다. 돈이 없으면 데이트를 하지 말라는 이야기는 유행어처럼 번져나가고 인생의 암흑기를 달리고 있는 취준생들은 '뽑아만 주시면 목숨까지 바쳐 일하겠다'는 노예 마인드로 목을 맨다. 위아래 할 것 없이 살기 힘든 세상이다. 서점을 뒤덮은 힐링 서적들만 보아도 알 수 있다. 우리가 얼마나 지쳐있는지.





사실 개인주의라는 것이 곧 이기주의로 생각되는 것도 상대방에 대한 배려나 공감의 의식 절차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그냥 남에게 폐 끼치지 않는 선에서 행복하게 살고 인생을 즐기자는 건데 공동체 의식이니 윗사람에 대한 예의 같은 것을 들먹이며 '요즘 것들은.. 쯧쯧'하는 것부터가 배려심 부족이다. 내가 즐겁게 살겠다는데, 도대체 왜?


그러니 결국 우리는 행복하기 위해 산다. 누가 뭐래도 한 번뿐인 인생이니까. <개인주의자 선언>에서 말하는 합리적 개인주의는 나의 행복을 위해 타인과 기꺼이 연대하고 문제를 해결하고자 노력하는 성숙한 시민의식에서 나온다. 남이 떠먹여 주는 밥을 받아만 먹는 시대는 지났다. 개인의 것이든 우리 모두의 것이든, 성취를 위한 주체의식이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하다. 타인과 비교하며 현실을 탓하기보다는 조금 더 행복한 '나'를 위해 구조적인 문제도 잘못되었다 이야기할 줄 아는 사람이 되어야겠다.


곰돌이 푸가 그랬다. 매일매일이 행복할 수는 없지만 매일 행복한 일은 하나씩 있다고. 작은 행복이 모여 큰 행복이 되는 것처럼, 매 순간 행복할 수는 없지만 결과론적인 행복은 그 작은 행복의 순간들이 모여 만들어진다. 마치 여행에서 돌아와 여행지에서의 단편적인 순간을 떠올리며 '아, 정말 행복한 여행이었어.'하고 회상하는 것과 비슷하다. 작은 것에도 쉽게 행복해지는 나는 매일의 행복감을 쉽게 느낄 수 있는 사람 중 하나이다. 노력한 만큼 보상받길 바라고 잘못한 것은 바로잡을 줄 알며, 나 자신의 행복이 중요한 개인주의자들이 스스로 이기주의자란 생각은 안 했으면 좋겠다. 냉소적으로 말하면 혼자 사는 세상이지만 뒤집어 보면 혼자가 모여 여럿이 되는 거니까. 그 여럿이 지지고 볶으며 만들어 나가는 게 이 세상이니까. 서로가 서로를 보듬을 줄 아는 합리적인 개인주의자들이 많아졌으면 좋겠다. 타인에 대한 이해와 공감, 뻔하디 뻔한 도덕적 규범들이 조금 더 행복한 우리 삶을 만들어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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