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송사원 Apr 06. 2019

이도우, 사서함 110호의 우편물

눈물 쏙 빼는 그 유명한 로맨스는 아닐지라도



사랑의 시작은 언제나 설렌다. 생각만 해도 가슴이 저릿하고 일주일에 며칠뿐인 데이트를 손꼽아 기다리며, 바쁜 일이 있어도 '그'만 생각하면 없던 힘도 불끈 솟는다. 거창한 것 없이 잔잔하게 스며드는 사랑은 흔치 않다. 복잡한 일상 속에서 생각만으로 안정감을 주는 사람이 몇이나 있을 거야.


<사서함 110호의 우편물> 소설의 주인공 건과 진솔은 그런 사랑이다. 처음부터 불타올라 탐하는 그런 사랑은 아닐지라도, 찬찬히 서로에게 다가가는 어른의 사랑이다. 가끔 우린 사랑에 빠지면 사랑이라는 이름 하에 서로를 구속한다. 요즈음엔 데이트 폭력이란 이름으로 불편하게 느껴졌던 구속들이 사랑이 아니라 폭력이었음이 공공연히 알려지게 되었지만. 사랑한다고 해서 모든 것을 함께 나누고 느껴야 하는 게 아니라는 걸 나도 요즘에야 겨우 느낀다.


오고 가는 사랑들 속에서, 시간이 지난 만큼 빛바래진 옛사랑과 언제 그랬냐는 듯 밝게 다가오는 새로운 사랑들 사이에서. 세상 모든 사랑이 지금만큼만 무사하기를. 모두가 사랑하기를 바란다. 바쁘단 핑계로 미루고 미루다가 한 달 반 만에 소설을 완독하고 나니 마음이 몽글몽글해진다. 흰 꽃이 피어나는 봄이라 더욱 그런가 보다!





아래는 그냥 기억에 남는 구절 몇 가지.



100p.

"난 종점이랑 말이 좋아요. 몇 년 전에 버스 종점 동네에서 산 적도 있었는데, 누가 물어보면 '157번 종점에 살아요' 그렇게 대답했죠."


"종점? 막다른 곳까지 가보자, 이런 거?"


"아니, 그런 거 보다는... 그냥 맘 편한 느낌. 막차 버스에서 졸아도 안심이 되고, 맘 놓고 있어도 정류장 놓칠 걱정 없이 무사히 집에 갈 수 있다는... 그런 느낌요."





네 사랑이 무사하기를,

내 사랑도 무사하니까.

세상의 모든 사랑이, 무사하기를.




매거진의 이전글 서로가 서로를 알아주는, <개인주의자 선언>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