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희가 Apr 25. 2024

4. 곰양과 월요병

 월요일만 되면 나는 환자가 된다. 분명 주말 동안 푹 쉬고 왔는데, 등 뒤에 곰 한 마리가 업혀있는 거 같이 몸은 무겁고, 정신은 하루 종일 잠만 잔 사람 마냥 멍하니 피로하다.


 월요병. 언제부터 내가 이 불치병에 걸려버린 걸까.

 아니, 내가 월요일을 싫어하게 된 건 언제부터인가?


 곰곰이 생각해 봤다. 초등학교 땐 아무 생각이 없었다. 주 6일 등교가 당연했다. 중학교 때부터인가 격주로 토요일을 쉬게 되었다. 시범 운영? 뭐, 그랬던 거 같다. 쉬는 날이 늘어나서 좋았을 뿐, 별 생각이 없었다. 학교는 당연히 가야 되는 거라고 생각했기에 야자를 하는 고등학교 다니면서도 월요일에 대한 나쁜 기억은 없다.

 대학 때도 주 5일 수업이 끝난 후, 주말 이틀 쉬고 등교하는 월요일은 더 자유로워진 20대라 매일이 즐겁기만 했다.


 시작은 일을 하고 나서다. 내 직업 특성상 토요일도 당연히 일하기 때문에 쉬는 날은 일요일 뿐이었다. 하지만 일요일 하루만으로는 6일 동안 쌓인 피로를 풀기에 부족했다. 월요일 아침만 되면 눈을 뜨기가 싫다.

 나도 모르게 "아, 출근하기 싫다." 하고 있다. 쉬고 출근하는 월요일이라 생각해 보면 제일 체력회복 되는 이어야 되는데, 현실은 일주일 중 월요일이 제일 힘들다.

 학생 때와 완전히 다르다. 일을 하고 그 보상으로 돈도 벌고 있는데, 왜 월요병이 생긴 걸까.


 나이가 들며 알게 된다. 일하는 게 싫어서다. 좋아하는 일을 하고 있지 않아서다.

 그걸 알지만 배운 게 도둑질이라고 대학 배운 걸 헛되지 않기 위해 계속 일을 할 수밖에 없다. 나와 맞지 않는 거 아닌가 생각하면서도 쉽게 놓을 수가 없다. 다른 일을 새로 시작하기엔 용기가 없었다.

 결국 내가 치과 일을 시작하고 월요일을 한 번도 좋아한 적이 없다.

 간혹 가다가 휴일이나 휴가로 월요일을 쉬게 될 때나 월요병이 사라졌다.

 월요일은 아침부터 힘들다.

 몸이 무겁다.

 움직이기가 싫다.

 다시 눈을 감고 자고 싶다.


 월요병 중기인가, 이 정도로 진행이 되는 데는 1년이면 충분한듯하다.

 반복되는 쳇바퀴 삶 속에 나 자신이 지쳐 나가는 것이다.

 그나마 나는 그만두고 재취직이 쉬운 편이라 2년 하고 그만두고 여행 가고, 1 년 하고 그만두고 여행 가고, 중간에 재충전시간이라도 있다.


 다른 사람들이 몇십 년을 한 직장에서 일했다는 말을 들으면 놀랍다. 존경스러운 인내심이다.

  하지만 이젠 나도 커트라인이 생겼다. 나는 경력이 쌓일수록 취업이 힘들어진다. 이젠 쉽게 그만두기는 어렵다.

 덕분에 지금도 4년째 못 그만둬서 월요병이 계속되는 힘든 생활이 이어지고 있다. 회생활에 치여서 곧 그만둠을 눈앞에 두고 있지만.


 월요일이 싫은 건 일이 싫어서라고 생각한다. 다시 일이 좋아질 때까지 잠깐의 충전이 필요하다. 그냥 좋아하는 일을 하면 금방 좋아질 월요일이지만 아직은 이 일을 그만둘 용기가 없다. 


 월요일 아침, 일어나는 게 힘들다면 한번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지금 내가 하고 있는 일은 내가 하고 싶은 일인가. 어쩔 수 없이 하는 일인가.

 좋아하는 일을 하고 있는 사람들이 부러워지는 월요일 아침이다.




 문득 생각을 바꿔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다.  

 월요병이라 생각하는 건 잘못된 내 판단 때문 아닐까.


 생각해 보면 그동안 내가 그만둔 이유는 모두 사람들 때문이었지, 일이 힘들어서 그만둔 적은 없었다.

 

 나는 애초에 나의 일을 싫어한 적이 없었다. 그냥 사람에 치여서 출근하기 싫었던 마음을 월요병이라고 멋대로 판단했을 뿐이다.

 그걸 늦게 깨달았다. 아니, 이제라도 알아서 다행인가.

 월요병은 내가 만든 병이었다.

 

 그럼 그 치료법도 그만두는 게 아니라 다른 방법으로 찾을 수 있다.

 싫은 사람을 좋아할 순 없지만, 나의 일에만 집중하고 나니 불편함은 사라졌다. 가 하는 일에서 잊고 있던 즐거움을 하나씩 찾아나갔다.


 이젠 월요일이 더 이상 싫지 않다. 

 나도 좋아하는 일을 하고 있으니까. 

 그다음은 너무나 쉽게 월요병이 사라졌다.

 

이전 03화 3. 곰양, 코드가 맞지 않는 사람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