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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희가 Apr 16. 2024

1. 곰양, 사회생활을 배우다

 

 사회생활을 시작한 지 10년이 지났지만, 나는 여전히 사회생활 초보다. 싫으면 싫고, 좋으면 좋고. 감정이 그대로 얼굴에 드러난다. 환자가 없어 조용할 땐 꾀부리며 놀 생각도 못하고, 시키는 일은 무조건 하고, 거절도 잘 못한다. 흔히 여우과가 아니라 곰 과인 것이다.


 사회생활을 처음 시작했을 땐 마냥 순진했다. 착하다는 말을 밥먹듯이 들었다. 그게 칭찬인 줄 알았다. 눈치 없이 일만 묵묵히 하는 곰이라서 눈치 빠른 여우들에게 당하는 줄도 몰랐다.

 사회생활 만렙 여우 이쁨 받고 있을 때, 사회생활 꼴찌 곰은 뒤에서 일만 하고 있었다.


 사실 사회생활 잘하는 여우가 부러웠다. 하지만 내가 여우가 될 수 없다는 걸 알기 더 열심히 일만 한 거 같다. 일이라도 잘하고 싶었다.




  나의 사회생활은 매번 곰이라서 힘들었다. 사람 때문에 상처받고 지쳐서 퇴사와 취업을 복했다. 

 첫 직장에선 여우들이 너무 많았고, 두 번째 직장에선 또라이가 있었다. 세 번째 직장에선 인간관계에 번아웃이 왔다. 네 번째 직장에선 두 번째 직장에 또라이와 또 만났다. 다섯 번째 직장은 꼰대실장이 있다. 나는 그들에게 이리저리 치이며 상처만 남은 직장 생활을 보냈다. 그래도 그만둘 때마다 사회생활을 하나씩 배워나갔다.




 지금 생각하면 그냥 무시해도 될 일들이지만, 아직 여린 마음에 나는 조그마한 일에도, 말에도 쉽게 상처받는 유리멘탈에 쿠쿠다스 심장이었다.

 퍽하면 혼자 울고, 상처받고, 마지막엔 욕 늘었다. 점점 여러 가지 사회생활을 겪으면서 마냥 착한 곰은 여우들에게 이용당하거나 괜한 덤터기를 쓰기 한다는 걸 깨달았다.

 그래서 점차 내 실속을 따지게 됐다. 절대 그들에게 만만하게 보이지 않으려 무조건 '네네'라고 대답하지 않으며 억지로 강한 척 센 척도 했다. 그래도 그들처럼 나보다 약한 사람한테 함부로 굴지는 않았다.


 마냥 착하게만 살면 사회생활에선 힘들기만 하다는 걸 늦게 깨달았다. 곰은 여우들에게  이용당하기 쉽다. 여우들은 교묘하게 힘든 일은 피하고 안한일 자기가 한 것처럼 생색을 낸다. 윗사람에게 이쁨 받게 말도 잘한다.

 나도 처음엔 바보같이 여우가 할 잡일까지 혼자 죽어라 하기도 했다. 우에게 농락당한 걸 생각하면 왜 그렇게 순진하게 당하기만 했나 싶다.

 

 금은 여우인 척하는 곰이 되려고 노력하면서, 나만의 사회생활을 어떻게든 하고 있다.

 한 번씩 처음 일했던 곳이 생각난다.

 다시 되돌아갈 순 없고, 되돌아갈 생각도 없지만. (나는 퇴사한 것에 대해서는 후회하지 않는다.)

 '지금이라면 여우들에게 쉽게 당하지 않고, 오히려 한방 먹일 자신도 있는데...'

달콤한 복수의 꿈을 상상하면서 조금의 아쉬움이 남을 뿐이다.




 장 일하는 곳이 너무 힘들다면 잠시 쉬어가며 음을 다독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장 중요한 건 나니까.

 "고생했어! 잠시 쉬어도 괜찮아."


 다음 직장은 더 나은 곳을 꿈꾸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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