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째 반복되는 추구미, 이대로 괜찮은가?
건강, 창작, 자기 계발
내게 셋의 공통점은 두 개다.
내가 2025년에도, 2024년에도, 어쩌면 지난 10년 내내 '올해 꼭 챙길 3가지'로 고른 분야라는 것.
그리고 단기간에 땡- 하고 달성하거나 끝나버릴 성격의 목표는 아니라는 것.
방정리를 하다 우연히 펼쳐본 2024년 다이어리에는 큼지막하게 '건강, 창작, 자기 계발'이 꼭 이뤄야 할 목표라고 적혀 있었다. 하고 싶은 말은 또 얼마나 많은지, 각 주제 아래 줄줄이 소시지처럼 달린 조건이 한가득이다. 건강은 '주 3회 운동하기'와 '7시간 수면', '카페인, 밀가루, 당분 끊기'. 창작에는 '브런치와 블로그 쓰기' 그리고 '(시간 나면) 유튜브', 자기 계발에는 '새로운 도전'과 '영어', '독서'가 매달려 있다.
이거 그냥 갓생 살기 목록이잖아? 남들이 해서 나도 해야 될 것 같은 그런, 뻔하지만 어려운 것들.
웃긴 점은 그것들이 2025년 상반기 목표와도 같고, 몇 주 전에 작성한 올 하반기 목표와도 동일하다는 거였다. 몇 년째 같은 라이프스타일과 목표를 세우는 나, 이대로 괜찮은 건가?
오랜만에 만난 친구와 도란도란 근황 얘기를 나누다 2024년 다이어리가 떠올랐다. 그래서 푸념하듯 털어놓았다. 작년 다이어리인데 목표는 물론 그걸 쓰는 방식까지 익숙한 게, 무슨 올해 다이어리인 줄 알았다고. 웃픈 소식에 친구는 웃었지만 미소 끝에 이런 말도 남겼다.
"근데 그게 다 단기간에 이룰 만한 건 아니네."
그러네?
건강도 창작도 자기 계발도, 어쩌면 내겐 평생 매달리고 갈고닦아야 할 운명 같은 녀석들이다.
일단 건강해야 노는 것도 일하는 것도 탈없이 맘껏 할 수 있다. 그리고 건강은 하루아침에 완성되는 결과물이 아니라 평생 꾸준히 챙겨야 할 기본 토대다.
또, 무슨 일을 하든 결국 글쓰기로 돌아오는 나에게 창작은 한두 작품을 완성한다고 투두리스트에서 지울 목표가 아니다. 나이 들어서도 계속해서 쓰고 싶은 게 글이고, 세상에 나누고 싶은 게 나의 작품이다.
마지막으로 자기 계발은 말해 뭐 하나. 인간의 잠재력과 성장에 끝이 없듯 나는 쉰이 넘고 여든이 넘어서도 겁 없이 새로운 도전에 뛰어드는 사람이고 싶다.
이제야 깨달았다. 어제도, 그제도, 작년에도 같은 추구미를 품었다고 해서 어쩜 변화 없는 사람이냐고 자책할 필요가 없었다. 바꿔 말하면 한결같은 사람, 내가 그리 원하던 '꾸준히 정진하는 사람'이 바로 나였다. 몇 년째 같은 곳만 뒤적이는 것 같아도 그 안에 분명 의미 있는 변화와 성장이 있었다.
건강 지식과 함께 건강하게 먹고 생활하는 지혜가 쌓였으며, 운동도 효과적으로 더 잘한다. 포스팅이 꽤 쌓인 블로그가 있고, 지금도 이렇게 브런치에 내 이야기를 적어가고 있으며, 올겨울 그동안 미루고 미뤘던 소설을 꼭 완성해보려 한다. 그뿐인가. 올해도 새로운 자격증을 하나 취득했고, 영어도 이만하면 우상향으로 늘고 있다. 무엇보다 관심사가 다양해서 심심할 걱정은 없다.
한마디로 나는 꽤 열심히 살아왔다. 한 곳에 동동 떠서 표류하는 방랑자인가 했는데, 궤적을 살펴보니 유의미한 문양을 그려내고 있었다. 그래, 인생 길게 보자고.
하지만 한 가지, 느려도 꾸준히 변화하는 나를 기록하고 관리하기 위해 '꿈에 맞는 목표 설정'은 필요할 것 같다. 가령 '건강' 테마에서 적었던 '매일 운동'과 '최소 7시간 수면'은 목표라기보다 습관에 가깝다. 도달할 결승지점이 아니라, 결승점으로 가기 위한 행동 지침이라고 할 수 있다. 이렇게 되면 목표 달성이 챌린지가 되면서 어영부영 길을 잃기 쉬워진다. 이때 'SMART*'라고 불리는 목표 설정법을 차용할 수 있다.
*SMART 목표: 구체적이고(Specific), 분명하고(Measurable), 성취할 수 있고(Achievable), 현실적이고(Realistic), 시의적절(Timely)한 목표.
여기에 맞춰 이번 건강 테마의 목표는 '철인 3종 참가하기'로 설정할까 싶다. 철인 3종에 도전하려면 자연히 잘 먹고 잘 자고 열심히 운동하며 체력과 건강을 고루 챙기게 된다. 2.5km 수영은 거뜬하고 러닝에도 맛을 붙인 요즘, 사이클까지 섭렵하면 딱이다. 이참에 자기 계발의 목표를 끌어와 결합하면 '새로운 도전'까지 클리어하니 일석이조 SMART 목표 아닌가!
그럼 이제 마지막은 창작이다. 창작에 늘 욕심만 부리고 결과물은 토해내지 못했다. 하지만 이번에야말로 결과와 승패를 떠나 열정을 불태울 선명한 목표를 세워보려 한다. 첫 번째, <제13회 브런치북 출판 프로젝트> 참가하기. 두 번째, 웹소설 200화 완성하기. 아주 확실한 결승점이 있는 목표다.
2026년의 내가 오늘을 돌아볼 때 나는 달라지고 있었다고, 최선을 다하고 있었다고 인정하고 손뼉 칠 수 있기를 바라며 오늘도 목표를 적어본다. 이런 나라면 평생 같은 목표를 추구해도 사랑할 수 있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