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 겨루기 우승이야기

by 송이

매주 월요일 저녁 나는 엄마랑 우리말 겨루기를 즐겨 보곤 했는데 방송을 보다 보면 문제를 곧잘 풀곤 했다. 그래서인지 왠지 모를 자신감에 나도 한번 나가볼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고 늘 생각만 하던 예심을 보러 가기로 결심했다. 사실 눈 깜빡임 틱장애가 있는 내가 전국 방송에 출연하는 걸 마음먹기는 쉽지 않은 일이었다. 방송을 보고 누가 놀려대면 어쩌나 하는 마음이 들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나는 우리말 겨루기 방송 출연에 도전해 보고 싶었다. 2024년 1월 예심에 참여하기로 마음먹은 나는 책을 구입해 1주일 정도 공부를 하고 예심을 보러 갔다.


2024년 1월 14일 일요일.


나는 여의도 KBS로 예심을 보러 갔다. 건물 기둥에 붙어있는 우리말 겨루기 예심 장소 안내 표지판을 보자마자 가슴이 두근두근 뛰기 시작했다. 나는 곧장 방송국 로비로 들어가 현장 접수를 하고 자기소개서와 답안지를 받았다. 이제 물러설 수 없다. 진짜 도전이 시작된 것이다. 오기 전에 예심 후기를 찾아보니 자기소개서를 미리 써오라는 이야기가 있었다. 로비에 있는 카페에 앉아 나는 집에서 미리 작성해 온 자기소개서를 옮겨 적었다.

자기소개서를 열심히 쓰고 대기하다가 피디 선생님의 안내 말씀을 듣고 나서 예심 문제지를 받았다. 곧 문제를 풀기 시작했는데 나는 예상보다 어려운 문제에 크게 당황했다. 피디님께서 예심이 본선보다 어렵다고 하셨는데 정말 그런 것 같았다. 헷갈렸던 몇 문제를 간신히 풀고 답안지를 제출했다. 잠시 후 결과가 나왔는데 아쉽게도 탈락이었다. 한 번에 통과하지 못할 거라고 생각하고 오기는 했지만, 막상 떨어지니 너무 속상했다. 집으로 돌아오는 버스 안에서 나는 새로운 책을 한 권 더 주문했다. 그리고 다음 2월 예심을 목표로 열공에 들어갔다.


그리고 한 달 뒤, 나는 2월 예심에 다시 도전했다. 이번에 떨어지면 그만하겠다는 비장한 마음으로 예심에 참여했다. 20문제 빼곡히 답을 적어 놓고 결과를 기다리는데 다행히 예심이 통과하여 면접 대상자에 이름을 올렸다. 우리말 겨루기 예심을 통과하면 예심 당일날 제작진 면접을 보는데 나도 면접을 보았다. 그룹면접이었는데 면접 보는 내내 피디님과 작가님들이 편안한 분위기를 이끌어주셔서 면접은 화기애애한 분위기에서 진행됨. 나도 크게 긴장하지 않고 편안한 마음으로 면접을 보고 기분 좋게 집으로 왔다.


그리고 며칠 뒤 2월 정기예심 합격자 명단에서 내 이름을 볼 수 있었다. 2월 7일에 합격을 하고 다음 날인 8일에 작가님에게 출연 섭외 전화가 왔는데 너무 갑자기 전화가 와서 출연을 고사했다. 아직 공부도 시작하지 못했고 제일 중요한 다이어트를 하나도 하지 못해서 갑자기 출연하기가 너무 부담스러웠다. 다행히 한 번은 거절할 수 있는 기회를 주셔서 나는 다음 기회로 출연을 미뤘다. 그리고 그때부터 우리말 공부와 함께 다이어트에 돌입했다.


2월부터 나는 매일 퇴근 후 우리말 공부를 했다. 우리말 겨루기 지난 방송을 다시 보기로 보기도 하고 우리말에 관련된 여러 가지 책으로 열심히 공부했다. 마치 수험생이 된 기분이었다. 다이어트도 열심히 하긴 했지만 살이 드라마틱하게 빠지진 않았다. 그래도 긴장을 놓치지 않고 열심히 공부와 다이어트를 이어 나갔다.


나는 5월에 미국 여행이 예정되어 있었는데 그전에 우리말겨루기에 출연을 하고 싶었다. 하지만 3월이 지나고 4월이 되어도 방송국에서 연락이 오지 않았다. 안 되겠다 싶어 작가님에 연락을 드려 사정 설명을 하고 5월 전에 출연하고 싶다는 의사를 말씀드렸다. 작가님은 지금 바로 출연 결정을 할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제작진분들께 사정을 전달해 드린다고 하셨다. 그리고 며칠 뒤 기다리던 섭외 전화가 왔다.


그리고 그토록 기다리던 우리말 겨루기의 녹화가 4월 30일로 정해졌다. 5월 10일에 출국이었기 때문에 녹화하고 미국에 가기 딱 좋은 날짜였다. 출연 결 정을 하고 나니 너무 바빠졌다. 입고 나갈 의상, 응원 도구 준비로 나는 매일매일이 너무 바빴다. 작가님과의 사전 인터뷰도 했는데 나는 기회가 되면 태민이에게 영상 편지하고 싶다는 말도 했다. 샤이니 태민이의 오랜 팬인 나는 전국 방송에서 태민이에게 영상 편지를 하리라는 큰 꿈이 있었다.


그리고 작가님과 사전 인터뷰에서 내 눈 깜빡임 틱장애에 관한 이야기도 했다. 사실 이 틱장애 때문에 이번 출연이 조금 주저된다고 말씀드렸는데 장애는 방송 출연에 아무런 걸림돌이 되지 않는다며 자신 있게 출연해 보라고 말씀해 주셨다. 나는 주눅이 들어 구겨졌던 마음을 활짝 펴고 자신감을 가지고 방송에 출연하리라 다짐했다.


녹화를 며칠 앞두고 나는 방송국에 들고 가려고 화려한 응원 도구를 두 개 완성했다. 엄마는 뭐 그렇게 요란하게 준비하냐고 하셨지만 이거라도 있어야 응원석이 초라하지 않을 것 같았다. 방송국에 같이 갈 응원단은 우리 엄마, 이모, 사촌 동생으로 정해졌다. 나는 녹화 전날 회사에 반가를 내고 엄마랑 이모네 집으로 올라가 차분히 마음 정리를 했다.


대망의 4월 30일 우리말 겨루기 녹화 날.


나는 아침밥을 든든히 먹고 메이크업을 받으러 여의도로 출발했다. 엄마, 이모, 사촌 동생은 시간에 맞춰 바로 방송국으로 오기로 했다. 방송국에서 메이크업 지원을 해준다고 했지만 나는 무슨 욕심이 났는지 밖에서 따로 메이크업을 받고 갔다.


메이크업을 마치고 방송국에 도착해서 작가님을 만났다. 작가님의 안내를 받고 간 출연자 대기실엔 다른 출연자분이 와 계셨다. 두 분은 메이크업 중이라고 하셔서 우선 한 분과 인사를 한 뒤 작가님이 주신 대본 숙지에 들어갔다. 그리고 잠시 뒤 메이크업을 마친 두 분이 대기실로 오셨고 드디어 오늘의 출연자 4명이 한자리에 모이게 되었다.


사실 그 뒤에 뭘 했는지 정확히 기억나지 않는다. 작가님과 미팅을 하고 대본 연습을 하고 점심을 먹으러 갔던 것 같은데 긴장했던 탓에 잘 기억나지 않는다. 식사를 마치고 대기실에서 잠시 대기한 뒤 드디어! 녹화장으로 이동했다. 녹화장에 들어가니 방청석에 엄마와 이모, 사촌 동생이 앉아 있었다. 엄마랑 이모는 곱게 드라이까지 하고 오셨다. 내가 준비해 준 응원 도구를 들고 앉아 있는 모습을 보니 그렇게 든든할 수가 없었다,


녹화장에서 리허설을 하는데 너무 긴장 됐다. 연습문제를 풀며 누름단추 누르는 연습도 했다. 리허설을 하는 중간이었는지 마치고 나서였는지 박지원 아나운서가 녹화장에 도착했다. 멀리서 걸어오는데 진짜 너무 예뻐서 바비인형이 걸어오는 줄 알았다. 평소 TV에서 볼 때도 예쁘다고 생각했는데 실물은 진짜 백배 더 예뻤다.


그날 정신이 없어서 어떤 순서로 뭐가 진행됐는지 잘 기억나지 않는다. 녹화가 시작되고 나는 차분히 녹화에 임했다. 문제도 열심히 풀고 아나운서님의 질문에 답변도 열심히 했다. 1회전 초성 문제는 5문제 중 4문제를 맞혀 200점을 얻었다. 그리고 2회전 12문제 중 내가 6문제를 맞혀 700점으로 3단계에 진출했다. 그 과정에서 나는 소고기와 상품권이 걸린 문제까지 다 맞혔다. 그리고 아나운서님과 내 신상 토크 할 때 태민이에게 영상 편지도 남겼다. 이후 치워진 3단계에서는 5문제 중 3문제를 맞혔다. 총 1300점으로 내가 우승!


아무튼 그렇게 녹화를 마치고 정말 기분 좋게 집으로 돌아왔다. 결과 스포를 하지 말라고 해서 입이 근질근질거렸지만 참았다. 녹화를 마치고 며칠 뒤 나는 미국으로 여행을 떠났다. 떠나기 전까지 5월 13일에 우리말 겨루기에 내가 나오니까 많이 보라고 엄청 홍보를 하고 갔다.


그리고 대망의 5월 13일 우리말 겨루기 본 방송 날.


그때 나는 미국에 있었는데 새벽에 자다 일어나서 3시 40분부터 핸드폰으로 본방송을 보았다. 방송 시작 전부터 한국에서 친구, 지인, 회사 동료들에게 엄청나게 카톡이 왔다. 다들 결과를 모르고 있었기 때문에 내가 우승까지 했을 줄을 몰랐겠지. TV에 나와서 우승까지 한 내가 신기했는지 진짜 엄청나게 많은 연락이 왔다.


방송 전 제일 궁금했던 영상 편지가 방송을 탔다. 평생소원이었던 TV에서 태민이에게 영상 편지하기 성공! 앞부분 조금 편집돼서 아쉽긴 하지만 그래도 태민이에게 한 영상 편지가 전국 방송을 타서 너무 기분이 좋았다. 최종 우승을 하고 달인 문제에 도전했지만 아쉽게 1단계에서 탈락했다. 그래도 우승도 하고 소고기도 타고 상품권도 타서 출연 목적을 다 이뤘다! 사실 저렇게 싹쓸이할 줄은 몰랐는데 운이 좋았던 것 같다.


그렇게 2024년 상반기는 온통 우리말 겨루기로 가득했다. 처음 출연을 결심했던 1월부터 방송에 나온 5월, 그리고 선물을 받은 6월까지 상반기 내내 우리말 겨루기 덕분에 행복하고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방송에 출연하고 보니 집에서 TV로 볼 때랑은 다르게 더 어렵고 아는 단어도 생각이 잘 안 났다. 그래도 열심히 공부한 보람이 있었는지 첫 도전에 우승을 하게 되어 너무 기쁘고 행복했다. 1년 뒤 다시 출연 기회가 주어지면 그때는 더 열심히 준비해서 꼭 우리말 달인이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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