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민이랑 행복 한 장

by 송이

하루의 대부분을 보내는 사무실 책상 위에는 내 최애의 흔적이 있다. 삭막한 사무실에 좋아하는 것이라도 가져다 놓아야 일하는 맛이 날 것 같아서 챙겨 온 것들인데 바로 내 사랑 태민이와 찍은 사진이다. 모니터 옆에 있는 미니 서랍장 위에 작은 액자로 만들어 올려 두었다. 긴 세월 태민이 팬으로 살면서 딱 한 번 태민이와 단독으로 사진을 찍은 적이 있다. 2023년 7월에 있었던 사진 이벤트를 통해 태민이와 같이 사진을 찍고 싶다는 오랜 꿈을 이루었다. 그냥 보고만 있어도 웃음이 절로 나는 그 사진을 볼 때마다 그날, 태민이와 사진을 찍던 그 당시의 설렘과 행복한 마음들이 생각난다.

지난 2023년 6월, 나는 샤이니 팬이 된 지 16년이 됐다. 태민이를 좋아하면서 수많은 계를 탔지만 딱 한 가지 이루지 못했던 게 있었다면 바로 태민이랑 같이 찍은 사진이 없다는 것이었다. 물론 샤이니와 단체 사진은 몇 번 찍은 적이 있지만 태민이랑 일 대 일로 찍은 적이 없어서 늘 태민이랑 찍은 사진을 갈망하면서 살고 있었다. 그러다 드디어 사진 이벤트 공지가 떴다. 이번 사진 이벤트는 샤이니 멤버 3명과 당첨자 1명이 같이 사진을 찍는 것이었다. 나는 그 공지를 보자마자 이건 내가 가야 해! 못 가면 죽는다!!라는 각오로 CD를 사서 응모를 했다.

결과는 당연히 당첨이다. 왜냐하면 당첨 안 될 수가 없는 숫자를 샀으니까. 사진 이벤트 응모하기도 전에 이미 메이크업 샵부터 예약해 둔 나는 이벤트 당일에 하늘색 원피스를 입고 예쁜 신발을 신고서 메이크업을 받으러 샵으로 갔다. 오랜만에 샵에서 메이크업받는데 두근두근 설렜다. 메이크업 실장님이 어디 가시냐고 물어서 샤이니랑 사진 찍으러 가요! 그랬더니 정말 혼신의 힘을 다해서 메이크업을 해 주셨다. 헤어 실장님도 그 이야기를 듣고는 이것저것 서비스를 더 해 머리를 예쁘게 해주셨다. 원래 돈 받아야 하는 시술이지만 서비스로 해드린다면서 샤이니랑 사진 예쁘게 찍으라고 해주셔서 기분이 좋았다.

메이크업을 받고 땀나지 않게 손풍기 바람 쐬며 조심조심 성수동 SM 사옥으로 갔다. 가서 촬영 순서 번호표 뽑았는데 중간 번호였다. 100명 중 끝 번호 아닌 게 어디냐 위로하며 로비에서 대기하다가 5시가 되어 본 촬영 대기 공간으로 올라갔다. 그때부터 촬영 때까지 가슴이 콩닥콩닥. 드디어 내 꿈이 이뤄지는구나! 하지만 그때는 몰랐지. 앞번호가 후루룩 찍고 나오는 거 보며 충격과 공포를 느끼게 될 것을.

드디어 시작 시간이 되고 앞번호 분들이 촬영하러 갔는데 잠시 뒤에 바로 돌아왔다. 촬영장으로 들어가서 매무새 만질 시간도 없이 바로 찍고 나온다고 했다. 아니 이게 뭐야 어떻게 얻은 기회인데 후루룩 찍는다고?? 하지만 순응의 동물인 나는 재빨리 수긍하고 사진은 두 컷씩 찍는다길래 나는 ‘하나는 태민이랑 손하트 하고 또 하나는 어깨동무 해달래야지’ 하는 계획을 세웠다.

그리고 시간이 흘러 드디어 우리 줄이 촬영하러 이동했다. 밖에 서 있는데 안에서 멤버들 소리 들리고 가슴이 콩닥콩닥. 드디어 내 차례가 되어 촬영장 안으로 들어갔다. 안에는 왼쪽 기범이 가운데 빈 의자 오른쪽에 태민이가 앉아 있었고 빈 의자 뒤에는 민호가 서 있었다. 완벽한 가족사진 구도에 속으로 조금 웃음이 났다. 나는 들어가면서 태민이한테 왕자님 안녕! 하고 인사를 하고 민호랑 기범이 한테도 안녕하고 인사를 하며 의자에 앉았다. 멤버들 미모에 후광이 비쳤지만 그런 거 신경 쓸 겨를도 없이 내 머릿속엔 오로지 나만의 미션을 성공해야 한다 생각해서 재빨리 태민아 손하트 해줄래? 하자 태민이가 반쪽 손하트 만들어서 내 손을 붙였다. 그리고 찰칵! 카메라를 봤는지 뭔지 아무 생각도 안 났다.

그리고 두 번째 컷 찍기 전에 태민아 어깨동무해줄 수 있어?라고 묻자 태민이가 내 어깨에 살포시 손을 얹었다. 나는 어깨동무만 해줄 줄 알고 손 내렸다가 태민이가 반쪽 하트도 하고 있어서 나도 다시 손을 붙였다. 그리고 찰칵! 그렇게 두 번의 촬영은 끝이 나버렸다.

나는 카메라를 봤는지 눈을 떴는지 감았는지도 모른 채 자리에서 일어나 멤버들에게 인사하고 밖으로 나왔다. 그리고 다시 대기 공간으로 돌아와 자리에 앉았는데 미션을 성공해서 기쁘기도 하지만 후루룩 지나간 시간이 허무하게 느껴져서 조금 현타가 왔다. 그래도 집에 오는데 샤이니랑 나랑만 사진 찍었다는 게 너무 행복해서 기분 좋았다. 한편으로는 사진 언제 받을지, 어떻게 나올지 너무 궁금했다.

그 뒤로 매일매일 사진 언제 오나 목 빠지게 기다리는데 7월이 다 가도 안 오고 8월이 지나도 안 오더니 드디어 8월 4일 사진 도착!!!! 메일 열어보는데 가슴이 터질 뻔했다. 다행히 태민이랑 어깨동무하고 손하트를 한 사진이 선택되어서 진짜 너무 기뻤다. 내 어깨에 살포시 올린 태민이 손가락이 귀여웠다. 급하게 하트 만드느라 모양은 망했지만 그래도 둘이 하트 만들었다는 게 중요한 거 아니겠냐고.

사진을 받자마자 친구들한테 보여줬는데 사진을 보더니 누가 봐도 태민이 팬 아니냐고, 민호랑 기범이 너무 신경 안 쓴 거 티 난다고 타박을 했다. 생각해 보니 그날 나는 미션 성공에만 정신이 팔린 나머지 둘은 신경 못 써서 조금 미안했다. 그리고 그날 너무 정신없어서 다리도 못 오므리고 찍은 걸 사진 받아보고 알았는데 너무 후회됐다. 그래도 태민이랑 다정하게 잘 나와서 정말 좋다. 내 인생 가장 설레고 벅찼던 순간이 예쁜 사진으로 남았다.

지금도 사진 보고 있으니 꿈만 같다. 사진 속 태민이와 내가 빛나고 있다. 18년 팬 생활 중 가장 행복한 기억으로 남을 이 사진 이벤트는 평생 내 가슴속에 아름다운 추억으로 남을 것 같다. 힘들고 지쳐 회사를 때려치우고 싶을 때마다 나를 다독여 주는 마법의 사진. 태민이랑 찍은 행복 한 장이 오늘도 나를 힘나게 만들어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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