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여 년 전 캐나다 연수 시절에 Lay’s라는 감자칩을 처음 만났다. 여러 가지 맛 중에서 나는 BBQ 맛을 가장 좋아한다. 그게 가끔 먹고 싶어서 몸서리칠 때가 있는데 아마도 이게 한국에 안 팔아서 자주 못 먹으니 그런 것 같다. 그래서 직구하려고 하면 이상하게 한국만 배송이 안 됐다. 한국에도 Lay’s는 팔지만 내가 좋아하는 바비큐 맛은 없어서 가끔 미국 가는 지인들한테 부탁해서 사 먹고는 했다.
그러다 기적적으로 구매대행이 가능한 곳을 발견했다. 손바닥만 한 사이즈 64 봉지가 들어있는 한 박스를 주문했다. 그런데 판매자가 한 박스는 세관에서 통과를 못 할 수도 있으니 미리 세관에 문의해 보라고 했다. 세관에서 긍정적인 답을 받으면 다시 주문하라고 해서 관세청에 문의했다. “64 봉지 들은 한 박스를 사려고 하는데 가능한가요?”
그랬더니 혼자 다 먹을 거냐는 답변이 돌아왔다. 그래서 계속 나 혼자 먹을 거다 판매용 아니다 얘기해도 아가씨 혼자 저걸 어떻게 다 먹냐고 판매용이 의심되어 안된다고 했다. 아니 날 뭘로 보고!! 내가 왜 64 봉지를 혼자 못 먹어? 640봉 지도 아닌데 저걸 왜 못 먹겠니? 세관에서는 64 봉지 한 박스를 사려면 판매자 신고를 해야 한다고 했다. 판매자 신고를 해볼까 알아봤지만 절차가 복잡하고 힘들어서 포기했다.
이 세관 이야기가 친구들에게는 굉장히 인상 깊었는지 내가 말하지 않아도 본인들이 이 과자를 구해주기 시작했다. 한 번은 사촌동생의 남자친구가 미국여행에서 가장 큰 파티사이즈 다섯 봉지를 택배로 보내줬다. 박스가 얼마나 컸던지 받고 깜짝 놀랐다. 나는 사촌동생이 나와 일면식도 없는 남자 친구에게 과자를 구해달라고 부탁한 것도 모르고 있었다. 갑자기 도착한 택배 받고 울면서 어깨춤춘 기억이 난다.
나의 Lay’s bbq 사랑은 해외여행지를 결정하는데도 큰 영향을 미친다. 나는 여행지를 결정하기 전에 그 과자를 구할 수 있는지 검색을 해본다. 그래서 미국, 캐나다, 싱가포르, 홍콩 같이 바비큐 맛을 살 수 있는 곳으로 여행을 가기도 했다. 비행기에서 내리면 공항에서부터 그 과자를 찾으러 다녔다. 그러다 바비큐맛을 발견했을 때의 그 기쁨은 말로 다 표현할 수가 없다.
기쁨에 취해 과자 봉지 사진을 찍어서 친구들한테 보내면 축하 세례가 돌아온다. 나 대신 그 과자를 구해줬던 친구들은 내가 그 맛을 얼마나 간절히 원하는 줄 알기에 진심으로 축하해 준다. 소중한 그 과자들이 부서질까 봐 겁나 집으로 돌아올 때는 수화물로 붙이지 못하고 기내로 고이 모셔왔다.
예전에 딱 한 번 구매대행에 성공해서 택배가 왔을 때 같이 온 쪽지에 "고객님의 소중한 아이들은 예쁘고 안전하게 포장되어, 난생처음 국제 비행기를 타고 9,612km의 태평양을 건너 긴 여행을 통해 고객님에게 안전하게 도착하였으니 잘 도착한 예쁜 아이들을 따듯하게 꼬~옥 안아주세요"라고 쓰여있었다. 평소 같았으면 물건한테 아이라고 하는 거 혐오해서 ‘이게 무슨 소리야’ 그랬겠지만 이건 진짜 소중하고 예쁜 아이들이라 저런 표현 쓰는 사람들 심정이 백 퍼센트 이해됐다.
내가 하도 집착해서인지 주변 사람들이 도대체 얼마나 맛있냐고 묻는데 사실 별맛은 없다. 호불호가 엄청 갈리는 그냥 짜고 자극적인 감자칩일 뿐이다. 아마도 캐나다 있을 때 먹었던 향수 때문에, 그 시절이 그리워서 간절하게 먹고 싶어 한 것 같다. 홈스테이 식구들이랑 DVD 볼 때마다 저 과자를 먹곤 했다. 주인아줌마는 과자가 떨어질세라 나를 위해 늘 팬트리에 채워두셨다. 과자를 볼 때마다 캐나다에서의 추억이 떠오른다.
캐나다에서 처음 만난 그때부터 20여 년간 이어진 나의 바비큐맛 사랑은 지금도 한창 진행 중이다. 특별할 것 없는 이 과자에는 캐나다에 대한 향수와 나를 위해 바비큐맛을 찾으러 다니는 친구들의 사랑이 가득 담겨 있다. 그래서 나는 이 과자를 더욱 사랑하는지도 모른다.
아, 혹시나 해서 오랜만에 lay’s bbq를 검색해 보았더니 쿠팡에서 직구가 가능하다!! 와 이게 무슨 일이야?!! 외국에 안 나가도 구할 수 있다는 사실에 가슴이 두근두근 뛴다. 배송은 좀 오래 걸리지만 살 수가 있다!! 나는 재빠르게 주문창을 열어 열봉 지를 주문했다. 언제 도착하려나. 기다리는 나의 마음은 벌써부터 설레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