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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부석 Mar 31. 2022

이집트에서 지하철을 놓쳤다.

리마인드 세계일주 여섯 번째 이야기

보통 지하철 문이 곧 닫히려고 한다면, 굳이 무리해서 타지 않는 편이다.

물론 간당간당하게 세이브하는 쾌감도 있고 실제로도 시간을 벌 수도 있겠지만. 아마도 난 그 짧은 순간 나의 ‘여유로움’을 지키고 싶기 때문.

그래서 차라리 2분 내지 3분을 주고 나의 ‘여유로움’을 지키곤 한다.

이집트 다합에서 묵을 계획은 애당초 없었다. 그러나 바쁜 일정을 따라 여행을 하는 중 문득 여유로움을 놓친 것을 돌아보곤, 그냥 다합에서 며칠 묵기로 했다.

물론 없었던 계획이었기에 극 J인 내겐 아무런 정보가 없었지만 다합 숙소에서 처음 만난 이집트 친구와 함께 현지 맛집 식당에 가서 밥도 먹고, 함께 넓은 홍해를 누볐다.

그렇게 하루를 마친 후, 잠을 청하려고 누우며 든 생각은,

삶을 살아가다 보면 반드시 속도를 내야 될 때도 있겠지만, 반대로 지하철 문을 놓쳐도 되는 때가 있다는 것.

다합에서의 지하철을 그냥 보낸 것처럼 앞으로도 지하철을 그냥 보낼 수 있는 내 삶이 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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