깊은 잠이 고픈 날

by 호시절

얼마 전 결혼한 친구의 집에 놀러 가게 되었다. 보고 난 후에는 늘 기분이 좋아지는 대학 동기들 몇몇과 함께 배불리 음식을 먹고, 대략 5시간 동안 수다를 떨었다. 대화의 주제는 직장, 결혼생활, 부동산, 주식, 대학원, 승진, 육아, 사주 등 흐름을 타다가 ‘가위눌림’까지 도달했다.

“가위눌려본 적 있어?”

둘은 경험이 있었고, 둘은 경험이 없었다. 경험이 있는(어쩌면 아닐 수도 있지만) 나는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

“자다가 깼는데, 막 짓눌리는 기분이 들거나 몸을 못 가누면서 으스스한 기분이 드는 게 가위인가? 그런 거라면 난 종종 그러는데...”

가위에 눌리는 기분이 어떤 건지 정확히는 모르겠으나, 공포영화를 별로 무서워하지 않는 나에게 불쾌하고 무서운 느낌을 충분히 주는 것이라면 ‘가위눌림’이 아닐까 종종 생각한 적이 있었다. 친구들은 그 기분이 어떤 건지 물어보는데, 딱히 불쾌하고 무섭다 외에는 말할 것이 없었기에 그 정도로 대화를 마무리했다. 집으로 돌아가려고 버스정류장에 가는 길에 J가 물었다.

“요즘도 잘 못 자? 잠이 잘 안 드는 건가?”

“아니. 뭐, 잠은 항상 11시 좀 넘어서 금세 자는데, 중간에 여러번 깨는 게 문제야.”


“중간에 깨서 다시 잘 못 자는 거야?”

“어쩔 땐 잘 자고, 어쩔 땐 잠이 안 와서 한 시간 정도 사부작 거리다가 다시 누워. 근데 누가 옆에 있으면 또 잘 자는 것 같기도 하고, 모르겠다. 이거 심리적인 건가?”

“아가네 아가~~. 완전 애기 구만.”

J는 애써 웃으면서 묵직한 이야기를 조금 가볍게 만들어주었다. 그런 J의 대응에 갑자기 뭉클해진 기분을 간직하며 돌아오는 길, 지하철에서 하루키의 신작을 신나게 읽다가 뜬금없이 그간 외면하고 있었던 문제를 고쳐야겠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그리곤 네이버 검색창에 ‘서울 수면클리닉’이라고 검색을 했다. 관련 블로그 포스팅에서는 ‘잠들어도 중간에 여러 번 깨는 것’이 한 달 이상 지속하는 것도 불면증의 일환이라고 했다. 그저 수면 장애가 조금 있는 걸로만 생각했는데, 불면증이라고 하니 원. 이런 지 2년이 넘은 것 같은데. 어딘지 모르게 씁쓸해진 침을 삼키며, 치료 방안을 찾기 시작했다. 병원에 가는 것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나는(사실 귀찮아서), 자가치료 방법부터 찾기 시작했다. 생각해보니 몸이 굉장히 피곤할 때나 만취했을 때는 잘 잤던 것 같은데, ‘만취는 당연히 몸에 안 좋겠지’라는 생각이 들어 몸을 괴롭히기로 했다. 겨울에는 춥다는 핑계로 운동을 멀리 해왔고, 올해는 더더구나 코로나 때문에 운동을 하지 않는 것으로 나 스스로와 이야기했는데(역시 합리화는 편해). 패딩으로 꽁꽁 싸매는 한이 있어도 무조건 하루에 만 보 이상은 걷기로 다짐했다. 부디 불면증을 없애고 건강한 어른이 될 수 있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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