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이브 마이카

by 글똥

감독:하마구치 류스케(1978년생)-<우연과 상상> 거장의 반열에 오르기 시작. 무라카미 하루키 원작 소설<여자 없는 남자들>

출연:니시지마 히데토시-가후구 역, 미우라 토우코-미사키 역, 오카다 마사키-다카츠카 역, 키리시마 레이카-오토 역, 박유림-이유나 역, 진대연-공윤수 역, 소나 위엔-제니스 창 역, 안희태-류종의 역


장면부터 19금이다. 19금이 별건가. 그러나 거실에서 영화를 보는 내게는 은밀한 그 소리들이 신경 쓰인다. 이상한 소리에 아들이 제 방에서 거실로 나올까 봐 소리를 무음으로 바꾼다.


가후구는 아내의 불륜을 알고도 모른 척한다. 어느 날 아내는 자살하고, 2년 후 그는 아내가 녹음해 준 연극 테이프를 차에서 들으며 히로시마의 연극제에 참여한다. 그곳에서 전속 드라이버 미사키를 만난다. 아내와 둘만의 공간에 들어온 미사키, 이 영화는 이때부터 스토리가 시작된다. 피해자였던 가후구는 아내가 사라진 공간에서 아무것도 할 수 없었고, 운전기사였던 미사키는 엄마에 대한 아픔을 지울 수 없어 괴로워한다. 죽은 아내의 목소리가 연결하는 현실의 두 남녀, 체호프의 '바냐 아저씨' 연극 대본은 현실의 그들에게 힘과 위로의 언어로 영화 전반에 살아 있다. 감독은 서로의 아픔을 소란스럽지 않게, 작가의 또 다른 언어로 추하지 않고 아름답게, 그들의 상처를 보듬어가며 깊은 슬픔에서 벗어나는 과정을 잘 그려냈다. 이제야 말이지만, 홋가이도의 눈 덮인 풍광 앞에서라면 누구라도 내밀한 상처를 치유받을 수 있을 것 같기도 하다.


나의 수필 중에 <북해도에는 ㅋ이 산다>라는 글이 있다. 홋가이도에서의 삶의 회복을 보며 나의 북해도가 떠올랐다. 언니들과 함께 하였던 북해도의 4월, 허리까지 차는 설경에서 <드라이브 마이 라이프>는 위로와 회복이 절정에 다다르는 시간이었다. 내게 북해도에서 함께 한 언니들이 있었다면, 가후구와 미사키의 시간들은 바냐 아저씨에 나오는 주옥같은 대사들로 더욱 빛나지 않았을까. 유산을 경험하고 힘든 시기를 보내던 유나는 "체호프의 글이 내 안에 들어와 내 몸을 움직이게 해 준다"라고 했다. 이것은 아마도 하루키의 또 다른 고백이라고 본다.


누구에게나 나락으로 떨어지는 삶의 시간들이 있다. 그때 우리는 <드라이브 마이카>에 탑승, <드라이브 마이 라이프>를 실행하면 된다. 우리 삶이 자연스럽게 끝날 때까지 참고 견디자는 말은 '이 또한 지나가리라'는 말과 일맥상통한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소설 속의 그들이 걸어 나온 영화 속의 세상이, 현실의 우리들의 세상에서 더욱 공감을 얻는 이유가 여기에 있지 않을까. 그리고 그는 다시 말한다. "우리는 모두가 삶의 주인공"이라고.


소냐의 말을 마지막으로 글을 맺는다.

“어쩌겠어요. 또 살아가는 수 밖에요. 바냐 아저씨 우리 살아가도록 해요. 길고 긴 낮과 긴긴 밤의 연속을 살아가는 거예요. 운명이 가져다주는 시련을 참고 견디며 마음의 평화가 없더라도 지금 이 순간에도 나이 든 후에도 다른 사람을 위해서 일하도록 해요. 그리고 언젠가 마지막이 오면 얌전히 죽는 거예요. 그리고 저세상에 가서 얘기해요. 우린 고통받았다고. 울었다고. 괴로웠다고요. 그러면 하느님께서도 우리를 어여삐 여기시겠지요. 그리고 아저씨와 나는 밝고 훌륭하고 꿈과 같은 삶을 보게 되겠지요. 그러면 우린 기쁨에 넘쳐서 미소를 지으며 지금 우리의 불행을 돌아볼 수 있을 거예요. 그렇게 드디어 우린 평온을 얻게 되겠지요. 저는 그렇게 믿어요. 열렬히 가슴 뜨겁게 믿어요. 그때가 오면 우린 편히 쉴 수 있을 거예요. 편히 쉴 수 있을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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