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길, 집 앞 마트에 차를 세웠다. 저녁에 먹을 양념불고기와 파프리카를 샀다. 10분이 지나면 자동으로 주차 단속에 걸리므로 서둘러 차로 향한다. 겨울이라 그런지 해도 이미 기울고, 바람조차 차다. 자동으로 종종걸음이 빨라진다.
“송 선배님” 차를 향해 걸어가던 시선이 소리가 난 쪽을 향한다. 독서 모임의 모선배님이다. 반갑다. 집 근처에 사무실이 있다는 것은 알았지만, 이렇게 만나니 더 반갑다. 손에 검정 비닐이 들려 있다. 마트 입구에서 파는 군고구마를 산 모양이다. 순간, “참, 자상한 아빠”라는 생각이 든다. 귀갓길에 가족을 위해 따끈따끈한 군고구마를 사서 들어가는 누군가의 아빠, 그리고 누군가의 남편. 멋지다.
군고구마를 사려고 기다리다가 마트로 서둘러 들어가는 나를 먼저 발견한 모양이었다. 군고구마 한 봉지를 내게 건넨다. 따뜻하다. 끼니 걱정으로 팍팍했던 내 마음이 곱게 물든다. 김이 모락모락 나는 군고구마에서 사람의 온기가 전해온다.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라는 톨스토이의 소설이 있다. 집으로 돌아와 군고구마를 먹으며 생각한다. 때로 사람은 군고구마의 온정으로 살아간다고. 이 추위가 가기 전에 나도 누군가에게 따뜻한 먹거리 불쑥 내밀며 겨울의 냉기를 막아주는 사람이 되어야겠다고. 오늘은 몸도 마음도 배부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