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으로 읽는 책은, 가볍다. 심지어 삶도 가벼워진다. 생각도 짧다. 고민이 없고 침묵이 없다. 단순하면서 깊지 않다. 후크송 같다. 의미없는 낱말이 날마다 도돌이표 앞에서 부딪친다. 자라지 못하는, 나아가지 못하는, 뛰어넘지 못하는 벽. 가벼운 정신으로는 무너뜨릴 수 없는.
몸으로 읽는 세상, 비로소 보이는 것들, 조금씩 무게를 더하는 방법. 벌떡 일어나 숲으로 간다. 그곳이 나의 무너진 정신을 일으켜 세우는 자리다.
돌아와 다시, 읽어야 한다. 가볍지 않게. 문장들이 달아나지 않게 꼭 붙들어 맬 나의 정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