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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시 한 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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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똥 Oct 17. 2024

코로나 덕분에


광복집회 후

다시 돌아간 긴장모드

발자국소리 남기던 아이들

어제부터 집으로 돌아가고

긴급돌봄 네 아이와 네 어른

마스크 너머 눈빛만 또렷하다

적당한 거리에서

넉넉히 함께 공부하고

영화를 본다

동심 가득한 한 편의 영화에

몸과 마음에 들어가 있던

힘들이 조금씩 빠져나온다

메이의 굵은 발목 아래의

통통한 발등에서

나무 목욕통에서

무서움을 이기려고

과히 웃는 아빠에게서

사쯔끼에게 우산을 던져주고

빗속을 달려가던 소년에게서

수채화처럼 펼쳐지는

초록의 풍경에서

쉴새없이 떠오르는

내 어린 날의 추억들

울컥해진 마음,

아픈 엄마의 빈자리를 참아내는

주인공 핑계삼아 실컷 울었다


코로나 덕분에

영화도 보고

실컷 울어도 보고

웃어도 보았던 날

가끔 엉뚱한 멍석에

감정은 휘말리고

그래서

다시 살아갈 힘을 얻기도 하는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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