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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시 한 잔

by 글똥


나는 간다

새벽을 걸어

안개 자욱한 늪 사이

길 아닌 길에 몸을 들인다

물컹한 땅을 딛고

길을 만든 쪽지벌의 수초들

장마가 지나간 토평천의 전설 따라 밤이슬 맞은 잠자리떼

낯선 이의 걸음을 반기는 생명에게

후우 입김을 건넨다

늪이 꿈틀한다

깨어나는 소리, 눈부시다

커튼 같은 안개가 걷히고

날 것의 무대가 생생히 걸어나오는 가을

어느 새벽의 늪이 나의 태고를 향해 말을 걸어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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