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작은 아씨들》루이자 메이 올컷 지음, 알에이치코리아 출판 외
영화:1995년 제작 외, 질리언 암스트롱 감독, 위노나 라이더 외 주연
제목도 예쁘다. 《작은 아씨들》이라니. 영화도 책도 10점 만점에 10점이 아깝지 않다. 미국의 콩코드에는 배우가 되고 싶은 메그, 작가가 되고 싶은 조, 음악가가 되고 싶은 베스, 화가가 되고 싶은 에이미가 산다.
남북 전쟁 시절, 마치 부인은 북부군에 지원한 남편을 대신해 살림을 꾸려나간다. 가난한 이웃을 외면하지 않고 부족한 음식이지만 나누어 먹으며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몸소 보여주는 어머니의 모습은 딸들의 삶에 귀한 마중물이 된다.
크리스마스 아침, 먹을 것을 모두 이웃에게 가져다주고 돌아오는 길, 어머니와 작은 아씨들의 목소리가 밝고 경쾌하게 화면 밖으로 흘러나온다. 사랑의 힘은 겨울도 이기고 배고픔도 이긴다. 그뿐인가. 이들의 선행에 감동한 옆집 할아버지의 선물이 그녀들의 식탁에 더욱 풍성하게 차려져 그들을 기다리고 있다. 돌고 도는 선행의 띠는 뫼비우스 같다. 나눌수록 배가 되고 나눌수록 풍성해지는 것이 세상에는 아직도 많다.
첫째 딸 메그, 동서양을 막론하고 ‘맏이는 뭔가 다르다’는 말에 절로 고개가 끄덕여진다. 그녀의 사려 깊은 행동, 동생들을 돌보는 태도, 아버지의 부상으로 어머니가 워싱턴으로 떠났을 때 책임을 지고 가정을 돌보는 모습에서 나의 첫째 언니가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딱 메그 같이 떠오르는 것도 부인할 수 없다. 옆집 로리의 가정교사 존과 가정을 꾸미고 소박하지만, 행복하게 살아가는 모습에도 마음이 따뜻해진다.
둘째 딸 조, 그녀는 작가가 되고 싶은 꿈을 이루기 위해 가장 적극적으로 현실을 개척한다. 아버지를 만나러 가는 어머니의 경비를 마련하기 위해 머리카락을 잘라 번 돈을 아무렇지도 않게 내놓는 용기를 보라. 그러나 밤새 잠들지 못하고 홀로 훌쩍이며 잘린 머리카락을 슬퍼하는 영락없는 사춘기 소녀의 모습에 함께 웃고 함께 울다 보면 어느새 그녀의 매력에 빠지게 된다.
셋째 딸 베스, 피아노를 잘 치는 그녀는 몸이 약하다. 마음도 매우 여리다. 어머니가 집을 비웠을 때도 어려운 이웃을 찾아가 도움을 주는 소녀다. 옆집 로리의 할아버지에게 수제 슬리퍼를 만들어 선물하기도 한다. 딸도 아들도 먼저 하늘나라로 보낸 부자 할아버지는 딸이 치던 피아노를 베스에게 선물한다. 더욱 행복한 시절을 보냈으나 성홍열에 걸린 베스는 결국 세상을 떠나게 된다.
넷째 딸 에이미, 그녀는 부자인 대고모를 따라 유럽으로 가 화가의 길을 걷는다. 그녀는 옆집 할아버지의 손자 로리를 사랑했으나 둘째 언니 조에게 마음을 주던 로리로 인해 오래 슬펐다. 그러나 유럽에서 만난 로리와 에이미가 결혼하는 것을 보고 인연은 따로 있다는 생각을 한다.
조와 에이미는 사사건건 부딪치고 싸운다. 연극에 데려가지 않는다고 조의 소중한 소설을 불에 태워버리는 에이미, 로리와 스케이트를 타러 가면서 에이미를 무시하는 조. 그러나 얼음이 깨져 에이미가 강물에 빠지자 조는 가장 먼저 달려와 동생을 구한다. 자매는, 핏줄은 그런 것이다. 언니의 책을 찢고, 언니의 옷을 몰래 입고 나가 김칫국물을 묻혀 와도 하룻밤을 자고 나면 다시 언니와 동생이 되는, 자매들의 사랑스러운 난(亂).
작가 루이자 메이 올컷의 자전적 소설이기도 한 《작은 아씨들》은 1868년 처음 발표되었다. 이후 150여 년 동안 사랑받고 있는 책은 여러 차례 영화로도 상영되었다. 그래서일까. 굵직하고 생명력 넘치는 조의 캐릭터에서 여성으로서, 그리고 인간으로서의 감성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다.
몇 번을 봐도 마음이 따뜻해지는 이유는 내 어머니의 숨결이, 내 자매들의 추억이 현실에 닿아있기 때문이다. 세상의 모든 《작은 아씨들》의 어머니가 말한다. “내 딸들아, 너희가 앞으로 얼마를 살든 지금처럼만 행복하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