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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똥 Oct 22. 2021

조팝나무에 양들이 자라면 4월은 가고

새로운 잔치다. 3년마다 치르는 수필 문학의 밤, 회원들의 글이 지면에 실려 세상에 태어나는 날. 시간으로 수 놓인  문장의 결은 때때로 아픈 상처와 황홀했던 추억이 어우러져 모두 귀하다. 그걸 알기에 오늘은 우리의 날이다. 하여 지금까지의 손님맞이를 그만두고 우리가 주인 되어 오롯이 주어진 시간을 기뻐하기로 했다.


4월의 끝자락, 남천은 봄의 생명들로 가득하다. 조팝나무의 꽃들이 2층의 커다란 유리벽 너머 화려하다. 자연이 선사하는 봄의 오브제다. 레스토랑을 통째로 빌렸으므로 오늘 보이는 모든 것과 흐르는 시간은  우리들의 것, 주문해 둔 떡과 와인, 음식들이 둥근 테이블에 놓이기 시작한다.


회원들이 글을 낭독하고 듣는 이들은 감상에 취한다. 이보다 멋진 마리아주가 있을까. 인생의 심연에서 건져 올린 언어가 긴 잠에서 깨어나 반짝반짝 빛나고 있다.


매에에에~~

어디선가 들리는 양들의 울음소리. 창 너머 조팝나무에 양 떼가 가득. 마법이 시작되는 시간, 푸른 초원을 뛰어다니던 양들이 숲에 깃들어 쉼을 누리고 있다.  마치 언어의 섬에서 자유를 누리는 우리처럼 밝고 환하다. 봄바람에 기우뚱, 흥에 겨워 한 두 마리 춤추며 땅으로 내려오기도 하는.


축제의 노래를 부른다. 만남부터 목로주점까지. 지나간 시간은 이제 한 권의 책에 묻어두고 우리들의 언어는 오늘부터 다시 써 내려가기로 한다. 4월이 가고 있다. 꽃잎 활짝 펼치고 우리를 맞은 조팝나무에게 건배를, 무거운 몸을 지상으로 향하는 양들의 행렬 앞에 축배를.




*코로나 전, 경산수필집 발간 행사를 추억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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