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좋은 소행성 - 한 여자의 성장기 - 1화
스무 살의 나는 ‘사랑’이라는 조직 안에서 애쓰고, 설레고, 무너졌다.
스무 살의 나는 술에 취해 살았다.
갓 성인이 되어, 아무도 나를 막지 않는 세상을 마음껏 누리던 시절.
연애엔 관심도 없었고, 오직 술만이 나를 어른으로 만들어주는 줄 알았다.
어느 날, 친구들과 시끌벅적한 술집에 앉아 있었다.
얼굴이 달아오를 즈음 낯선 목소리가 들렸다.
“안녕하세요. 아까부터 지켜보고 있었어요.
괜찮으시면 저희랑 합석해도 될까요? 인원도 딱 맞네요.”
술기운에 거절할 용기도 없었다.
자연스럽게 자리를 합쳤고 그중 한 남자가 눈에 들어왔다.
짙은 눈썹, 반듯한 이목구비, 또박또박 말하는 모습.
낯설지만 단번에 시선이 갔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 그는 조용히 내 옆을 걸었다.
그리고 뜻밖의 한마디를 던졌다.
“너, 내 여자친구 할래?”
심장이 미친 듯 뛰었다.
나는 잠시 숨을 고르고 그를 바라봤다.
스무 살의 나는 세상에서 가장 큰 사랑이 시작됐다고 믿었다.
그 후로 우리는 매일 아침저녁으로 연락했다.
하루도 빠짐없이 서로의 안부를 묻고 만나지 못하면 전화기를 붙잡았다.
그는 다정했지만 연애에는 서툴렀다.
데이트를 할 때면 항상 나에게 물었다.
"뭐 먹을래?" "어디 갈래? "네가 골라."
나도 처음 하는 연애인데 늘 내가 결정해야 했다.
서툰 사랑은 결국 한쪽으로 기울었다.
어느 여름날 그가 말했다.
“우리 날도 더운데, 잠깐 쉬었다 갈래?”
그가 가리킨 곳은 낯선 건물이었다.
나는 그저 믿고 그의 뒤를 따라 들어갔다.
그리고 갑자기 그는 내 손을 잡아 침대 쪽으로 끌었다.
“잠깐만, 뭐 하는 거야? 쉬었다 간다며!”
놀란 내 눈을 본 그는 허둥지둥 사과했다.
“미안해. 진짜 미안해. 다시는 이러지 않을게.”
그는 쫓아 나와 울먹이며 매달렸다.
나는 결국 그 얼굴을 외면하지 못했다.
사람 좋은 척, 착한 척,
스무 살의 첫 연애는 물러터진 복숭아처럼 망가져갔다.
마음 한편에는 여전히 그를 좋아했으니까.
그날 이후, 우리는 예전처럼 만났지만
어딘가 모르게 작은 균열이 생겼다.
말하지 않아도 느껴지는 거리감.
나는 착한 사람이니까. 그 거리감마저 외면했다.
시간은 흘러 우리는 취업 준비생이 되었다.
그는 우주 대기업만 바라봤고, 나는 소행성기업을 찾아 지원서를 넣었다.
나의 자소서를 보며 비웃던 그 모습도 그땐 사랑이라 믿었다.
'이 또한 사랑일 거야.' 철없이 믿었다.
하지만 세상은 이미 다음 챕터를 준비하고 있었다.
그것은 ‘회사’라는 또 다른 이름의 생존 게임.
그렇게 나는 연애와 동시에 진짜 사회라는 전장 앞에 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