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좋은 소행성 - 한 여자의 성장기 -2화
어느 날
구직사이트에 올려둔
내 자기소개서를 보고 한 회사에서 연락이 왔다.
“안녕하세요. 소행성 주식회사입니다.
저희가 원하는 인재상이라 연락드렸습니다.
면접 보러 오시겠어요?”
첫 면접.
긴장한 탓에 월급이 얼마인지도 모른 채 면접을 봤다.
심지어 최종 합격 후에야 총괄이사님이 물었다.
“원하는 최저 연봉이 어떻게 되나요? “
그렇게 나는 마치 내가 연봉을 정한 것처럼 입사해 버렸다.
물론 만족스럽지는 않았다.
원하던 금액이라기보다
'이보다 낮으면 안 된다'는 마지노선이었다.
버틸 수 있는 한계치에 가까웠다.
첫 출근 날.
소행성 기업의 풍경은 생각보다 묘했다.
정리되지 않은 문서와 상자, 제자리를 찾지 못한 비품들.
형광등 불빛은 그 어수선함을 더 적나라하게 드러냈다.
작은 사무실 안에는 네 개의 별이 제각기 돌고 있었다.
별빛관리국, 궤도설계부, 행성홍보국, 태양개발부
그중에서도 태양개발부는 태양처럼 빛났다.
존재감도. 목소리도.
사무실 절반은 태양개발부 차지였다.
발소리만 들어도 누가 오는지 알 수 있을 정도로 좁고 가까운 공간.
그 작은 우주에 나는 이제 막 입사한 이름 없는 위성이었다.
그 위엔 더 큰 별들이 있었다.
세 부서를 묶는 총괄이사, 영업의 태양인 개발이사.
눈치와 보고의 달인, 월급쟁이 사장.
그리고 1년에 반은 소리만 치고 사라지는 건물주 회장님.
나는 그 우주의 끝자락 복도 끝 책상에 앉아 있었다.
집안 형편이 넉넉하지 않았던 우리 집은 내가 빨리 취직하길 바랐다.
그래서 나는 소행성 기업에 남자친구는 이미 꿈꾸던 우주 대기업에 들어갔다.
같은 시기에 출발했지만 우리의 궤도는 달랐다.
첫 사수를 만난 건 그즈음이었다. 눈이 크고 정말 예쁜 선배였다.
‘저렇게 예쁜 사람이랑 일하다니…’
설렘 반, 긴장 반으로 하루를 시작했다.
하지만 현실은 낯설고 차가웠다.
첫날은 사무실에 널브러져 있는 서류파일부터 정리해야 했고
그 뒤로는 사무기 앞에서 보내는 시간이 길어졌다.
업무를 하나씩 인수인계받을 때쯤
익숙하지 않은 질문에 돌아온 답은 차가웠다.
“이음 씨. 예전에 해놓은 자료 찾아보세요. 그것도 못 해요?”
사수의 차가운 말투에 얼굴이 화끈거렸다.
회사에는 매일 궤도 기록을 메모하는 독특한 규칙이 있었다.
스프링 공책에 줄을 긋다 펜이 번지면 바로 지적이 날아왔다.
“똥펜으로 줄을 긋으면 어떡해요!”
황급히 종이를 뜯었더니
“그 종이 찢으면 어떡해요! 1년 내내 써야 되는 건데!”
(나중에 알았다. 종이는 남아돌았다.)
나는 점점 그녀에게 잘 보이고 싶어 안달이 났다.
퇴근 시간에도 그녀를 기다리며 짧은 사적인 대화라도 나누고 싶었다.
하지만 그녀는 단 한 번도 나에게 다가올 기회를 주지 않았다.
결국 나는 한 장의 쪽지를 남겼다.
“제가 많이 부족하지만 예쁘게 봐주세요.
저 때문에 힘든 거 잘 알고 있습니다.
빨리 업무를 배워 도움이 되는 후배가 되겠습니다.”
그렇게까지 했는데도 그녀의 눈빛은 쉽게 변하지 않았다.
마치 내가 아무 말도.
아무 행동도 하지 않은 사람처럼.
괜찮다고 스스로를 다독였지만 사실은 인정받고 싶었다.
좋은 후배로, 쓸모 있는 사람으로.
그 작은 우주 안에서 나는 점점 투명해지고 있었다.
빛나는 별들 사이에서
나는 빛나지 않았고, 보이지 않는 존재가 되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