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그녀들

"기억의 저편에서"

by 이서연

오늘도 지하철에 몸을 싣고 하루를 마감한다.


하루의 끄트머리에 서서 사람들은 피곤해 보이고 삶의 찌꺼기가 옷에, 구두에, 가방에 묻어있는 듯하다.

앉아있는 사람, 서 있는 사람, 모두들 핸드폰을 들여다보면서 하루의 일과를

마무리하기도 하고 고개를 떨구고 잠을 청해 보기도 한다.


그 가운데에 나도 서있다.


가끔 나는 길을 지나가는 사람들, 또는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사람들의 바쁘고 힘찬 모습들을 바라보면서

저 사람들은 과연 어디로 가고 있는 걸까?

저 사람들의 발걸음에는 어떤 인생 스토리가 있을까? 하는 엉뚱한 상상을 해 보곤 한다.

"또각또각 뚜벅뚜벅 사람들의 발걸음에서 각기 다른 저 불빛 수만큼의 삶의 역사를 간직하고 있겠지?


그래도 참 좋은 세월이다, 라는 말을 속으로 되뇌며 차창밖 멀리 한강을 내려다본다.

급속도로 빠른 한강의 기적을 이룬 경제대국의 명성처럼 빌딩과 자동차 그리고 서울의 많은 사람들은

오늘 현재도 바쁘고 빠르게 돌아가는 것 같다.


사실 생각해 보면 내가 어릴 적 상황보다는 지금이 훨씬 먹고살만하다.

지금 지천에 볼 수 있고 사 먹을 수 있는 바나나는 그때 당시 아무나 먹을 수 있는 과일이 아니었고

지금은 마음대로 사 먹을 수 있는 빵도 그때는 용돈을 받아서 어쩌다 사 먹을 수 있는 정도였다.

갑자기 이런 글을 쓰고 있는 나 자신이 어느 정도 나이를 먹었나 보다 이런 고리타분한 옛날 일을 들먹이고

있는 걸 보니 라는 생각에 피식 웃음이 나오기도 한다.


갑자기 나의 머릿속은 10년 전 20년 전 30년 전 타임머신을 타고 시간 여행을 떠나듯 아주 오랜 기억 속으로

불빛보다 빠른 속도로 내달리고 있다.

지하철에서 벗어나면 밤거리는 화려한 조명 아래 어느 멋진 디자이너가 만들었을 것 같은 의류 매장과 코끝을 유혹하는 군침 돌만한 맛있는 음식 가게들로 즐비하다.


지금부터 나는 나의 엄마 나의 할머니 이야기를 하고자 한다.

누구보다 치열하고 삶 앞에 의연했던 바로 그녀들의 이야기를 하고자 한다.


너무 어려서 철이 덜 들어서 그때 아름다운 그녀들에게 사랑한다고 그리고 최고였다고 말하지 못한 나 자신을

늘 후회하면서 그녀들에게 진정 최고였다고 아름다운 사람들이었다고 꼭 말하고 싶다.


이것이 내가 지금 이 글을 쓰기 시작하는 이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