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하는 일 VS 잘 하는 일

인생후반기 장기목표와 단기목표

by 이서연

진로와 커리어를 이야기할 때 가장 자주 받는 질문 중 하나는 이것이다.


“좋아하는 일을 해야 할까요, 잘하는 일을 해야 할까요?”


질문은 단순해 보이지만, 이 선택은 많은 사람을 오랫동안 고민하게 만든다.

좋아하는 일을 선택하면 행복할 것 같고,

잘하는 일을 선택하면 안정적일 것 같기 때문이다.


두 선택지 모두 나름의 설득력을 지니고 있어 쉽게 답을 내리기 어렵다.

좋아하는 일을 선택하면 지치지 않고 오래 지속할 수 있으며,

힘든 상황에서도 비교적 잘 버텨낼 수 있다.


반면 잘하는 일을 선택하면 효율과 결과가 빠르게 드러나고, 주변의 인정을 받기 쉽다.

현실적으로 생계와 연결되는 일에서는 ‘잘하는 일’이 주는 힘이 분명하다.

비교적 짧은 시간 안에 성과를 만들 수 있고, 그 성과는 또 다른 기회로 이어진다.

그래서 커리어 초반이나 불확실성이 큰 시기에는 내가 비교적 수월하게 해낼 수 있는 일,

즉 잘하는 일을 중심으로 경력을 쌓는 전략이 합리적일 수 있다.


그렇다면 좋아하는 일은 포기해야 할까?

꼭 그렇지는 않다. 좋아하는 일은 당장 직업이 되지 않더라도 삶의 중요한 활력소가 될 수 있다.

퇴근 후의 취미, 주말의 몰입, 혹은 개인 프로젝트처럼 좋아하는 일을 꾸준히 이어가다 보면

자연스럽게 실력이 쌓이고 나만의 관점이 생긴다.


처음에는 ‘그저 좋아하는 일’이었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좋아하면서 잘하는 일’로 변하는 순간이 찾아온다.

많은 전문가가 바로 이 지점에서 탄생한다.


특히 은퇴 이후나 인생 후반기를 준비하는 시기라면,

장기 목표와 단기 목표를 구분해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내가 진짜로 하고 싶은 일,

오래 품어 온 목표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천천히 준비해야 한다.


반면 당장의 경제적 필요나 현실적인 이유로 선택하는 일은 단기 목표가 될 수 있다.

큰 자격이나 조건 없이도 당장 시작할 수 있는 일,

수익을 보완해 주는 작은 일들이 여기에 해당한다.


중요한 것은 장기 목표를 ‘큰 그림’으로 두고 서두르지 않는 태도다.

장기적인 경력 목표는 한 번의 선택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나에게 맞는 방향인지, 오래 지속할 수 있는지, 삶 전체와

조화를 이루는지 충분한 시간과 고민이 필요하다.


그래서 장기 목표는 방향으로만 설정하고, 과정은 유연하게 가져가는 것이 좋다.

반면 단기 경력 관리에서는 늘 만족스러운 선택만 할 수는 없다.

때로는 마음에 들지 않는 역할이나 흥미가 크지 않은 일을 맡아야 할 때도 있다.

그러나 그 경험이 장기 목표로 가는 과정에 필요한 단계라면 의미는 달라진다.


지금은 좋아하지 않더라도, 미래의 나를 위해 감내하며

해나가는 태도 역시 커리어의 중요한 자산이 된다.


실제로 큰 기대 없이 시작한 아르바이트나 봉사활동을 통해 새로운 관점과 적성을 발견하고,

그 경험을 계기로 방향을 수정한 사람들도 적지 않다.

의도하지 않았던 경험이 오히려 나를 더 잘 이해하게 만드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


TV에서 본업을 가진 가수나 배우들이 예능이나 시사 프로그램에 출연하는 이유도 비슷하다.

그것은 본업을 포기한 선택이 아니라, 본업을 더 오래, 더 넓게 이어가기 위한 하나의 과정이다.


은퇴 이후 인생 후반기를 설계할 때도 마찬가지다.

무조건 ‘내 마음에 쏙 드는 일자리’를 찾기 전에, 큰 그림의 장기 목표와 그

것을 가능하게 해 줄 현실적인 단기 선택을 함께 고려해 볼 필요가 있다.


“예전에 나는 이런 사람이었는데, 이런 일을 해도 될까?”라는 마음보다는,

나의 큰 목표를 위해 작은 일부터 시작해 보는 태도가 오히려 더 실용적일 수 있다.


결국 선택의 기준은 하나로 정리된다.
잘하는 일을 통해 기반을 만들고, 좋아하는 일을 통해 방향을 넓혀가며,

두 영역이 만나는 지점을 기다리는 것. 커리어는 단거리 경주가 아니라 장기 레이스다.

오늘의 선택이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다.

중요한 것은 내가 가고자 하는 큰 방향을 놓치지 않고,

그 안에서 한 걸음씩 움직이고 있는지다.

매거진의 이전글'CES 2026'로 바라보는 우리의 질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