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육퇴. 하루 중 마지막 육아 업무, 루하 재우기가 나에게는 가장 스트레스가 되는 일이다. 피곤이 쌓여있는 시간이기도 하지만, 좀처럼 자지 않는 녀석 때문에 내 신경이 날카로워진다. 잠이 들 때까지 엄마가 있어줘야 한다. 그런데 그렇게 기다리는 시간이 1시간이 기본이다. 어서 빨리 육퇴를 하고 나만의 시간을 가지고 싶은데, 1 시간 넘게 자지 않는 아이 옆에서 기다리다 보면 너무 지쳐서 자유시간을 오롯이 즐기지 못하고, 해야 할 일도 할 수 없게 된다. 그래서 나는 매일 밤마다 스트레스다.
그 스트레스는 아이에게 직격타를 입힌다. 자기 전까지 울다 잠들기도 하고, 엄마한테 모진 잔소리와 꾸중을 듣다 잠든다. 그렇게 재우고 나면 나도 맘이 좋지 않다. 한숨으로 하루를 마무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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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하가 오늘은 저녁밥을 먹다가 잠이 들었다. 아침까지 쭉 자주면 좋으련만, 9시쯤 깨서 놀고 싶다고 한다. 나는 사실 엄격하고 강압적인 엄마다. 단호하게 안된다고 하고 억지로라도 재우려고 했다. 하지만 루하는 눈이 떼 롱 떼 롱, 잘 생각이 없어 보였다. 그냥 풀어놓고 내 할 일을 하자고 생각했다. 그러다 졸리면 자겠지..
하지만 그것은 나의 바람일 뿐, 절대 그럴 루하가 아니다. 쪼르르 내 옆으로 와서 계속해서 이런저런 요구를 하고, 안기려고 하고, 아무것도 할 수 없게 방해를 했다. 속이 부글부글... 후... 머릿속에서 두 가지 마음이 충돌을 한다. '어리고 귀여운 딸아이가 엄마와 함께 하고 싶다는데, 자기 전까지 엄마의 사랑을 느끼게 해 주면 얼마나 좋겠니' 라고 천사가 속삭인다. 그동안 악마가 계속 이겼는데, 천사의 말을 들어주기로 했다.
루하랑 잠자리에 누웠다. 루하가 주눅이 든 표정으로 내 옆에 누웠다. 에고... 안씨러운 것... " 루하야, 엄마랑 함께하고 싶은데 엄마가 루하 맘 몰라줘서 속상했더?" 울상을 지으며 루하가 끄덕인다. "엄마가 미안. 미안. 미안. 미안. 미안." 루하가 내 얼굴을 쓰다듬는다. 나를 빤히 보면서 하는 말. " 엄마 잘못이 아니야." "...." 후엉.... 뭐야...... 힝... 루하에게 안겼다. "루하야~~ㅠㅠㅠㅠ" 루하가 내 등을 토닥토닥해준다. 루하의 말이 하나님의 메시지처럼 느껴졌다. 이런 이쁜 딸에게 엄마가 참으로도 모질었구나. 아니다.. 다 엄마 잘못이야. 내가 울먹거리는 소리를 내니, 루하도 따라 울먹인다. 이렇게도 속이 깊은 아이라니.
루하랑 금세 장난을 치며 놀았다. 엄마가 최고로 좋다고 한다. 엄마가 맨날 혼내도 엄마가 좋단다. 엄마보다 아이가 더 사랑이 크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아이는 그냥 엄마가 좋다.
루하가 다시 자리를 잡고 눕는다. 루하는 애기 때부터 나와 살을 맞대고 자지 않았다. 꼭 혼자, 따로 잠잘 자리를 잡고 잠이 들었다. '이제 곧 자려고 하나보다.' 그냥 그대로 둔다. "엄마 나 쭈물쭈물해줘. " 몸을 만져주라는 말이다. 내 아래쪽으로 머리를 두고 누워있는 루하에게 갔다. 머리카락을 넘겨주며 머리카락을 쓰담쓰담해주었다. 루하가 눈을 감고 잠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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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역시 재우기 시간이 오래 걸렸다. 하지만 평소와는 확연히 달랐다. 아이는 엄마 하기 나름인데, 내가 그동안 참으로 여유가 없었구나 싶다. 아이를 우선적으로 생각하자 싶다가도, 나도 나의 삶이 있고, 꿈이 있다 보니 둘의 균형을 맞추기가 쉽지 않다. 생각해보니 좋은 엄마가 되는 것도 사실 나의 평생 꿈이다.
아이들도 다 안다. 엄마가 어떤 사람인지. 좀 더 지혜롭게, 사랑스럽게 아이들과 맞춰나갈 수 있는 엄마가 될 수 있었으면 좋겠다. 나를 보면 웃기다고 박장대소를 하는, 나의 찐 팬들. 나도 너희들의 팬이야.. 내일도 잘 부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