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표현해보는 시간, 어색하고 몽롱한 시간
두 번째 멘토링 시간이 찾아왔다.
두 번째 만남의 장소는 멘토분들의 사무실이자 작업실이자 책방인 곳으로 직접 찾아갔다.
두 멘토분은 부부이시다. 디자이너 부부.
로컬 크리에이터들을 지원하고 함께 작업 해나 가시는, 그들만의 삶의 방식대로 사람들을 만나며
꿈을 꿔가시는 멋진 분들이시다.
저번처럼 빈손으로 가지는 않았다. 물론 처음 찾아가는 두 분의 장소에 간소하게 화분을 챙겨가기도 했지만,
나의 가방 안에는 내 명함을 붙인 파일과 그림 작업용 아이패드, 그리고 그동안 만들어놓은 굿즈들을 가지고 갔다.
낯선 공간, 아직은 잘 모르는 사람들.
이 두 가지 조건으로 인해서 그 안에 함께 있는 나는, 이상하리만큼 붕뜨고 몽롱한 기분이 들었다.
특히 나에 대한 이야기를 주저리주저리 하며 과거 여행을 하는 듯한 기분이 들 때 더욱 그랬다.
나에 대한 얘기를 하게 된 것은, 멘토분들의 준비된 계획.
우선, 그전에 나는 준비한 것들을 펼쳐 보이며 하나하나씩 설명했다.
멘토링 첫 만남에 나누었던 내용들을 훑어보다가, 나는 글로써 나의 그림에 대한 얘기를 정리를 했었다.
관련 사진과 함께 A43장정도의 분량의 글을 출력해서 파일에 수집하였다.
그리고 작업 중이었던 <자미와 아저씨> 출간 기획서와 스토리보드, 이야기 줄거리를 정리한 자료들도 파일에 넣었다. 그리고 나의 첫 그림 에세이 <평범하지만 특별한>과 그동안 그린 일러스트 엽서들을 펼쳐 보였다.
두 멘토분들에게는 내가 정말로 창작을 하는 사람이고, 그림책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는 것을 확인시킬 수 있었다. 그리고 내가 그리는 그림체도 보여줄 수 있었다. 멘토분들의 반응은 나의 예상보다 더 긍정적이었다.
나로서는 놀랍고 당황이 될 정도로 좋은 반응이었다. 왜냐하면 그동안 나의 그림과 작업물들에 대한 피드 배은 다 지인들의 피드백이었기 때문에, 사실 객관적이다라고 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내가 좋아서 그냥 계속 해왔던 것이었는데 디자이너분들의 피드백은 예상외로 긍정적이어서 너무 감사하고 좋았다.
어쩌면 비전공자라는 점에서 그분들의 기대치가 높지 않아서 그렇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조심히 해본다.
그리고 그림이 나를 닮았다는 말을 해주셨는데, 좋은 말 같기도 하고 곰곰이 생각해보게 되는 말이었다.
내가 가진 이미지나 모습이 그림에 담겨있다는 것은 나 조차도 알 수 없었고, 늘 고민하는 부분이었기 때문이다.
본격적인 그림책 작업에 대한 대화가 오갔다.
'송앤 사용설명서' 같은 그림책을 그리자는 내용이 오갔다.
나라는 사람은 이런 사람이다. 나는 그림을 이렇게 그리는 사람이다.
나의 그림도 보여주면서, 나의 이야기가 담긴 그림책.
그러기 위해서는 나와 함께 할 멘토분들이 나의 이야기를 들어야 했다. 포스트잇을 주시면서 나에 대한 단어들을 써보라고 하셨다.
그 어떤 것도 좋으니 뭐든 써보라고 하셨다. 아... 생각처럼 잘 되지 않았다.
낯선 공간, 날 잘 알지 못하는 사람 앞에서 나에 대한 단어를 나열해보면서 나의 이야기를 한다는 게
버퍼링이 좀 걸리는 문제였다. 활발하지만 속으로 낯을 가리는 나는 그 몽롱하고 어색한 분위기에서 적응을 해보려고 노력했다.
멘토님의 도움으로 얼추 정리가 되었다.
이 내용을 토대로 그림책 이야기를 만들어가기로 했다.
생각보다 많은 이야기가 담겨있는 나의 지나온 삶들.
돌아보니 많은 감정들이 스쳐 지나간다. 그중 어떤 이야기를 들려줘야 할까.
생각이 많아지는 시간이었다.
그리고 이상하게... 힘이 나고 기분이 좋아지는 시간이었다.
이상하게... 기대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