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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소하지만 소중한
남편을 사랑하는 것
by
송앤
Nov 19.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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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새 기운이 좋지 않다.
묘하게 어딘가 슬프고, 지쳐 보이는 남편의 모습.
평소처럼 대화도 하고 평소와 같은 일정을 보내고 있지만,
사람에게 뿜어져 나오는 미묘한 기운이라는 것은 느낌만으로 알 수 있다.
그런데 나에게도 묘하게 불편한 감정이 있다.
누군가 한번 말해보라고 자리를 깔아주면 왠지 주절주절 말하다가 알아차릴 수 있을 것 같은,
그래서 이렇게 주절주절 글을 써보면서 정리해보려 한다.
/
요즘 나는 그림책 작업을 하면서 이것저것 바빠졌다.
가정주부로써 해야 할 일들 외에 나만의 일이 생겼다는 사실이 정말 기쁘고, 즐겁다.
그래서 요즘 신나기도 하고, 불안하기도 하면서 복합적인 감정들을 잘 추스르고 있다.
집안일과 아이들 케어, 나의 작업의 시간들이 반복되다 보니 하루 시간표가 정리가 되었고,
그 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면 무탈하게 하루를 보낼 수 있다.
그렇게 나름 안정적인 시간들을 보내고 있는 중이라 삶의 만족도가 높아졌다.
그런데 내 바로 옆에 있는 남편은 내가 부럽다며, 자신의 삶에 대해서 조금은 불만이 있는 것처럼 보였다.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할 수 있다는 것 자체로 부럽다고 하였다.
본인은 좋아하는 일을 하지 못하고, 그저 가정의 경제상황을 책임져야 하는 짐만 짊어진 채
살아가고 있다는 듯한 뉘앙스로 느껴졌다.
그 말은 내가 대단히 이기적인 사람이 된 것처럼 느껴졌다.
내가 하고 있는 일들로 돈을 잘 벌게 된다면 달라질까? 경제적 책임을 같이 진다면?
지금 내가 하고 있는 것들이 쉽게 얻어진 것들은 아니다. 남편이 그동안 지지해주고 하라고 북돋아줘서
가능했던 것인데, 이제 와서 나를 부러워하며 자신의 신세를 한탄하는 모습은 사실 불편하고 어려웠다.
항상 자신보다 아내를 생각하고, 아이를 생
각하는 남편이었다.
'나는 늘 당신이 원하는 건 뭔데?'라고 물어왔다. 그러면 항상 나와 아이들이 1번이었다.
그 말 자체를 나는 잘 믿을 수가 없었다.
사람이 어떻게 이렇게 이타적일 수가 있지?
내 남편이지만 나는 참 좋은 사람이랑 살고 있다고 생각했다.
실제로도 남편의 헌신과 도움으로 가정생활이 잘 유지되고 있다고 생각한다.
나를 먼저 생각해주는 사람이 있다는 것 만으로 정말 큰 힘이 되니까.
그랬던 그가 요즘에는 본인이 하고 싶은 것에 대해서,
잘 못하고 있는 것에 대해서 고민이 많아 보인다.
이전에는 하고 싶은 게 뭔지 구체적으로 말을 잘하지 않았고 (못했고), 가정이 우선이었던 이 사람이
조금은 달라진 것 같다.
자신을 잘 알라고, 자신의 이야기를 하는 상담을 받아보라고 권유한 이후부터일까?
교회에서 하는 온라인 제자훈련을 받고 나서부터일까?
책모임을 통해서 사람들과 소통을 하고, 1년 넘게 쉬지 않고 매일매일 감정일기를 써오고 있어서 일까?
수시로 책을 읽고, 듣는 시간이 많아서 일까?
.
.
.
퇴근을 하고 오는 남편의 얼굴이 핼쑥하고 침침하다.
어제저녁에는 불쑥 돈을 모으고 있다는 말을 했다.
무슨 돈이냐고 물어보니 드론을 사기 위한 돈이라고 한다.
나는 정말 놀랐다.
100만 원 정도 하는 드론을 사기 위해 소액을 매주 저축을 해서 3년 후에 살 수 있다고 한다.
맙소사...
나는 내가 반절을 대 줄 테니, 3년이 아니라 내년 3월 생일날 사자고 했다.
대화를 더 나누다 보니 남편의 마음을 더 잘 알 수 있었다.
남편은 작년에 드론을 공부하고, 드론을 잘 다루고 싶은 작은 꿈이 있었다.
그런데 나는 남편이 당장 직장을 그만두고 드론으로 갈아탈 것 같은 불길한 마음에 현실적인 조언을 했었다.
남편은 내 말을 듣고 내가 좋아하지 않고, 부정적이라고 생각이 들어서 바로 그 마음을 접었다.
나는 금방 마음을 접는 남편을 보고, 금방 접었나 보구나.. 하고 넘어갔다.
하지만 남편은 내심 서운하고 많이 아쉬운 모양이었다.
그리고 지금에 와서는 자신은 아내에게 하고 싶은 걸 다 지지해주고, 물질적 지원도 서슴지 않았는데,
아내는 도리어 현실적인 이유로 못하게 했다는 생각에 서운함까지 더한 모양이었다.
남편이 그런 생각과 마음이 들었다는 사실에 나는 정말 마음이 아팠다.
나의 부모님이 어릴 적 나에게 했던 모습이 나에게 오버랩이 되었고,
사랑하는 사람에게는 절대 그런 사람이 되지 말자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나도 모르게 내가 가장 사랑하는 남편에게 우리 부모님과 같은 모습으로,
현실적인 얘기를 들먹거리며 하고 싶어 하는 것을 막았다.
그 사실이 정말 마음이 아팠다.
정말 맞는 말이었다.
나는 남편의 지지와 도움이 없었다면,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잘 못했을 것이다.
항상 확신에 찬 목소리로 날 응원하고 도와준 남편을 보면서
나는 그 사람이 마음에 여유가 있기 때문에 가능한 거라고 생각했다.
나 같은 사람은 늘 현실적인 이유가 커서 선택하기를 주저하고 행동하기 전 멈칫하는데,
남편은 다른 사람이라 가능한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제와 보니 남편도 나의 지지와 응원이 필요한 사람이었다.
본인이 하고 싶은 것을 그동안은 잘 몰라서 잘하지 못했다면,
지금은 가장의 책임감이 커서 잘 못하게 된 것을
가장 옆에서 잘 알고, 사랑해주는 아내의 지지와 응원이 절실했던 것이다.
넉넉한 집안과 환경에서 자라지 못한 우리 부부는 결혼하고서도 경제적인 부분을
늘 예민하게 신경 쓰며 살아오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진짜 하고 싶은 것은 돈 때문에 못하는 일은 없도록 하자고,
다짐 아닌 다짐을 하며, 알뜰살뜰 돈을 모으며 살아오고 있다.
타 지역에서 이사를 오고, 타 직종에서 이직을 한지 얼마 되지 않은 남편의 외벌이로
네 식구 살기에는 사실 넉넉하지 않다.
하지만 마음만큼은 우리 가족은 가난하지 않게 살자고 다짐을 했다.
그런데 현실적인 부분은 정말 어쩔 수 없기에, 그 현실이 우리의 마음을 조금씩
좀먹고 있는 것 같다.
/
내 일에만 빠져서 남편이 뒷전이었던 나의 모습을 반성해본다.
남편의 욕구는 늘 소극적으로 반응했던 지난 나의 모습들.
매일 책을 읽고, 일기를 쓰고, 영어공부를 하고, 성경공부를 하는 우리 남편에게는
본인만의 책상이 없다.
내가 예전에 사주겠다고 말을 해놓고, 안 사줬다.
지금 있는 책상이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마음을 접었는데,
그 책상은 나의 지분이 많은 관계로 남편이 불편할 것을 생각을 못했다.
오늘에서야 책상을 주문했다. 남편이 오기 전에 깔끔하게 세팅해놓고, 편지도 써서
서프라이즈를 해줄 생각이다.
그리고 100만 원짜리 드론도 그냥 쿨하게 내가 모은 돈으로 사줄 생각이다.
드론을 잘 하든 안 하든, 우리 남편이 아내에게 사랑받고 있다고 느꼈으면 좋겠다.
본인도 하고 싶은 일을 마음껏 해볼 수 있다고 생각했으면 좋겠다.
결혼하고 계속 가족만을 생각하며 일을 해온 남편에게,
조금의 위안이 되었으면 좋겠다.
그리고 나도 어서 성장하고 발전해서 경제적인 책임을 함께 짊어질 수 있었으면 좋겠다.
남편을 사랑하는 것,
사는 날 동안 잘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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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앤
직업
출간작가
평범하지만 특별한
저자
전업은 두 남매의 엄마, 취미로는 일상을 그리며 씁니다. 육아힐링그림책 「평범하지만 특별한」, 에세이 그림책 「나의 이야기」를 쓰고 그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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