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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죽기 두려워 살아갈까?

by 송작가

인간은 죽기 무서워서 산다고 흔히들 말한다. 그러나 흥미로운 것은 대부분의 사람들이 살아가는 동안 마치 자신은 죽지 않을 것처럼 행동한다는 사실이다. 이 역설적인 현상은 철학적으로 깊은 의미와 여러 해석을 내포하고 있다.


첫째, 인간은 죽음이라는 현실을 의식적으로나 무의식적으로 회피한다. 죽음이 궁극적인 불확실성과 두려움을 의미하기 때문에, 인간은 일상의 삶 속에서 죽음을 생각하기보다는 삶의 일상적인 일들에 몰두하여 죽음의 공포로부터 벗어나려고 한다. 이러한 심리적 회피는 인간이 지속적으로 삶에 전념할 수 있게 만드는 메커니즘이 된다.


둘째, 철학자 하이데거의 표현을 빌리자면, 인간은 자신의 “유한성”을 망각하거나 은폐하려 한다. 인간은 유한한 존재이며, 삶은 필연적으로 끝을 맞이한다. 하지만 인간은 이 유한성을 부정하거나 무시하며 끝없이 목표를 세우고, 계획을 만들고, 꿈을 꾸며 살아간다. 이러한 행동은 죽음이라는 근원적 불안을 잠시나마 잊게 하고, 현재를 견딜 만한 것으로 만들어준다.


셋째, ‘죽지 않을 것처럼 살아가는’ 인간의 태도는 실존적 자유를 위한 전략이기도 하다. 만약 인간이 죽음을 지속적으로 의식한다면, 삶의 의미가 무력감과 허무주의로 빠질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인간은 죽음을 잠시 유보하고 삶의 가능성과 의미를 발견하는 데 몰입함으로써, 실존적인 자유와 선택의 폭을 넓히게 된다.


결론적으로, 인간이 죽음을 두려워하면서도 죽지 않을 것처럼 살아가는 역설은 죽음이라는 절대적 불안과 삶이라는 끊임없는 희망 사이의 균형을 맞추려는 인간 본연의 실존적 태도를 반영한다. 죽음을 인식하지만 그것을 부정하는 행위 속에서 인간은 역설적이게도 더욱 강렬한 삶의 의지를 발견하고 창조해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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