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독 그런 날이 있다
사무실에서 시계를 보면 11시 11분
또 시계를 보면 12시 12분
엘리베이터버튼을 누르기 0.5초 만에
엘리베이터가 올라가 버리는 날
횡단보도를 건너려고 하면 이제 막 빨간불로 바뀌는 날
버스 정류장에 도착할 때쯤
내가 타야 하는 버스가 내 앞을 지나가버리는 날
집에 도착해 배달을 시켰지만
마침 품절이라 배달이 취소되는 날
필요한 게 있어 쿠팡새벽배송으로 주문했지만
선거로 인해 내일은 물건을 받을 수 없는 날
편의점에 갔는데 내가 살려고 했던 게 마침 다 떨어진 날
집에 돌아왔는데 마침 엘리베이터가 고장 나
걸어 올라가는 날
집에 들어왔는데 꼬리를 흔들며 그런 나를
반기는 강아지가 더욱 반가운 날
이 반가움을 느끼기 위해 그랬나 보다
오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