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왠지 행복해지고 싶은날에는 혼자만의 여행을 떠나요.그러기 위해서는봄내음 가득한 정류장에 나가나를 태워 줄사랑이라는 버스를 기다려요. 이 버스는 배차시간이 비밀이어서기다리는 동안 먹을 도시락을 한가득 챙겨야 해요. 그리고 정류장에 아주 잠깐 들리기 때문에 놓치지 않게 가끔씩 먹는 걸 멈추고 확인해야 하지요. 또 생각보다 그 여행길은 꽤 멀고 험난해요. 일단한 번 올라타면 중간에 내릴 수가 없어요.환승도 되지 않지요. 노련한 운전수와 능숙한 안내원이 정해진 노선을 따라 자연스럽게 순리대로 이끌면, 난 그냥창문을 열어 편안하게바람을 맞으면 돼요.무사히 주행하기만을 노심초사하기도,나의 가슴을 뛰게 할 이상형의 승객을 기대하기도하면서나에게 달려오는 풍경을 기쁘게 맞이해요. 가끔 싸 온 도시락을 바스락거리면서먹는데 집중해버스를 놓치기도, 때로는 부랴부랴 올라탄 버스에서 빠뜨리고 온 물건이 있는 거 같아 찜찜하기도,버스의 번호가 맞는지불안하기도 하지만 그러다 보면 어느새 내옆자리에 앉은 기쁨을 주는 멋진 신사의 향기에 사랑이 가득 샘솟아요. 하지만 그 멋진 신사는 나와는 목적지가 다른가 봐요.아쉽지만 다시 혼자네요.나는맨 뒷자리에 기대앉아 지나가는 풍경들을 바라보는 걸 좋아해요. 그 풍경들은 너무도빠른 버스의 속도에숨이 가쁘게 지나가지만 나는 그 찰나의 묵직하고만족스러운풍경을 온몸으로 기억하며, 기대되는 다음 목적지로의출발을 또 기쁘게 맞이하죠. 연전에 처음 이 버스를 탔을 때에는 종점이 있는 줄은 몰랐어요. 사실 그땐 초행길이었거든요. 나에게 찾아온 새로운 풍경들에 마냥 신나고 기뻤어요.모든 것이 다채롭고 신비로움에 이행복한 여행이끝나지 않을 것만 같았지요. 이제는 처음과는 다르게 내려야 하는 종점이 있다는 것도 알아요. 그렇지만 난 또 기다릴 거예요. 그게 행복이라는 걸 알았거든요.이별이 두려워 사랑하지 않으면 사랑을 알 수 없고, 이별까지도 사랑이며 결코 행복은 쉽게 쥐어지지 않는다는 것도요. 앞으로 나에게 사랑이라는 버스는 늘 그렇게 쫓기듯이 바쁘게다가왔다 떠나가겠죠. 그리고 나는 종점에 다다른 버스에서 내릴 때에는 내가 가진 모든 사랑을 후회 없이다 두고 내릴 거예요. 조금은, 어쩌면 많은 미련이 남겠죠. 하지만 그래야 해요. 그렇게 비워야 또다시 다가올 사랑으로 나를가득 채워 나갈 수가 있거든요. 나는 오늘도 '사랑 정류장'에 나와 행복하게기다리고 있어요. 이 모든 게 기분 좋은 상상이어도 좋아요. 그 또한 나에겐 전부가행.복.이랍니다. 기꺼이 나를 살게 하는 사.랑.이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