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왠지 고독한 날이면 혼자서 영화관을 찾아요. 우리 집 근처에는 수많은 이야기를 보유한 정말 오래된 나만의 특별한 영화관이 있거든요. 오늘도 나는 가장 즐겨 찾는 A열 편안한 자리에 몸을 깊숙이 걸치듯 앉은 채 내 앞에 장대하게 펼쳐진 스크린을 주시해요. 다른 준비물은 필요하지 않아요. 이 '하늘 나무 영화관'에서는 스크린과 의자와 나만 있으면 되거든요. 당연히 예매도 필요하지 않아요. 자연스럽게 그날그날 스크린에 펼쳐지는 영화를 온몸의 세포들과 함께 흡수하듯 감상하면 돼요. 지난번에는 흥겨운 뮤지컬 영화를 보면서 나도 모르게 자리에서 일어나 엉덩이를 들썩이기도 했어요. 가끔 앞에 있는 초록초록한 관객과 뭉게뭉게 한 관객이 스크린을 가리기도, 지지배배 구우구우 재잘재잘 조연들이 출연하기도 하지만 그 또한 운치 있는 연출처럼 느껴져요. 어떤 날은 바람이라는 기상 전문가의 내레이션과 함께 지구의 온난화에 대해 알려 주는 다큐멘터리를 보며 심각하게 고민하고, 또 어떤 날은 주룩주룩 비가 내리듯 가슴 시린 사랑 이야기를 보다가 슬퍼하며 잠들기도 해요. 때로는 우르르 쾅쾅! 심장을 내려 앉힐 천둥·번개 같은 공포 영화를 보며 놀라지 않은 척 딸꾹질하다가도, 찰리 채플린 못지않은 주인공의 코믹 연기에 헐떡이는 숨을 간신히 참으려 배꼽을 움켜잡기도 해요. 때로는 살랑살랑 감성을 적시는 낭만 가득한 청춘 영화를 보며 애절한 사랑을 꿈꾸기도 하고요. 또 5월의 햇살처럼 가슴이 따뜻해지는 가족 영화를 보며 잊고 있던 그립고 행복한 어린아이를 떠올리기도 하죠. 그렇게 한참을 몰입해서 보고 있으면 어쩐지 모든 것들이 데자뷔처럼 느껴져요. 그러고는 현실로 돌아와 불현듯 깨달아요. 나만의 하늘과 나무가 계속 나에게 얘기해주고 있었다는 걸요. 이 특별한 영화관 속 내가 기억하는 인생 영화의 모든 주인공은 언제나 나였다고 말이에요. 그렇게 나에게 하늘과 나무는 늘 나와 함께하며 나를 깨닫게 하고, 기쁨을 주는 나만의 영화관이에요. 오늘도 지금도 영화는 계속 상영 중이고 주인공은 여전히 저.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