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 판다 '푸바오'의 건망증
오늘도 변함없이 판다 마을의 푸바오는 규칙적인 하루를 보냅니다.
"으앙!? 제가 몇 살이죠? 또 까먹었어요~헤헤"
제일 먼저 아침에 일어나서 엄마와 함께 건강 검진하기
오전에는 엄마와 함께 야외에 나가서 따스한 햇살을 맞으며 운동하기
다시 엄마와 함께 실내로 들어와 대나무 먹기
엄마와 함께 낮잠 자기
다시 일어나 엄마와 함께 또 대나무 먹기
그리고 엄마와 함께 온몸으로 레슬링 하기
또 엄마의 사랑이 가득한 세상에서 제일 맛있는 쭈쭈 먹기
마지막으로 엄마와 함께 편안한 보금자리에서 꿈나라 여행하기
이렇게 매일매일 반복적인 생활을 하던 푸바오는 걱정이 하나 생겼습니다.
바로 기억을 깜박깜박 잊어버리는 건망증이 생겨 버렸지 뭐예요.
"왜 요즘 자꾸 기억나지 않는 게 많은 거지...? 고민이야..."
푸바오는 자다가도 갑자기 기억해 내려고 애썼어요.
"어!? 내가... 고구마를 만들었었나...?"
*여기서 말하는 ‘고구마’는 실제 고구마의 모양을 닮은 판다들의 신선한 응가를 칭합니다.
기억이 나지 않는 푸바오는 부랴부랴 고구마를 만들었어요.
고구마를 만들던 푸바오는 또 고민했어요.
"어!? 내가... 대나무를 먹었었나...?"
도무지 기억이 나지 않아 서둘러 대나무를 먹기 시작했어요. 또 열심히 대나무를 먹다가도 문득
"어!? 내가... 대나무를 먹기 전에 잠을 잤었나...?"
하면서 다시 깊은 잠에 빠져 들었지요.
그리고 또다시 자다가도 일어나
"어!? 내가... 고구마를 만들었었나...?"
그렇게 고민하다 서둘러 고구마를 만들었고요.
그러다가 다시 또
"어!? 내가... 전에 대나무를 먹었었나...?"
하면서 다시 대나무를 먹고
"어!? 내가... 먹기 전에 잠을 잤었나...?"
하면서 다시 잠들기를 반복했습니다.
심각한 건망증은 그뿐만이 아니었습니다.
푸바오는 아침에 혼자 일어나 건강검진을 하면서도 생각했어요.
"어!? 누군가 내 옆에서 자세하게 알려 줬던 거 같은데..."
하지만 기억이 나지 않았지요.
푸바오는 야외에서 상쾌한 공기를 마시고 운동을 하면서도 고민했어요.
"어!? 누군가 함께 했었던 거 같은데..."
운동을 마치고 실내로 들어와 대나무를 먹으면서도 고민했어요.
"어!? 누군가 같이 먹었던 거 같은데..."
식사를 마치고 잠들면서도
"어!? 따뜻한 누군가가 옆에 있었던 거 같은데..."
다시 일어나 대나무를 먹으면서 또
"어!? 누군가 함께였던 거 같은데... “
심심해서 누군가와 놀고 싶어지면
"어!?.... 난 혼자가 아니었던 거 같은데...!"
푸바오는 그 누군가가 기억이 나지 않아 답답했어요. 푸바오는 그 누군가를 꼭 기억해 내겠다고 다짐하면서 눈을 꼭 감고 집중하기 시작했어요.
그러던 중 푸바오의 입 안 가득 어떤 특별한 맛이 느껴졌어요. 그 맛은 포근하고 따뜻하면서 세상 어떤 것 보다도 고소하고 부드럽고 달콤한 맛이었습니다.
그러면서 푸바오는 눈이 스르륵 감기면서 마음이 평온해지고, 온몸에 힘이 빠지고 나른해지면서 우주 한가운데 두둥실 떠 있는 기분이 들었어요. 마치 자연과 하나가 되는 느낌이었지요. 그때 푸바오는 잊고 있던 누군가가 드디어 떠올랐어요!
"맞아!! 엄마!! 푸바오 옆에는 항상 엄마가 있었지?"
푸바오는 그때서야 엄마를 찾아 주변을 두리번거렸어요. 그런데 멀리 사라져 버렸을 것만 같던 엄마 ‘아이바오’는 푸바오의 바로 머리 위에서 자신의 젖을 먹고 있는 푸바오를 지긋이 내려다보고 있었어요.
푸바오는 엄마를 올려다보며 따지듯이 물었어요.
"엄마! 왜 푸바오와 함께 놀아주지도 않고 대나무도 같이 안 먹고 내가 잘 때 따뜻하게 안아주지도 않은 거예요~!! ㅠㅜ"
아이바오는 푸바오를 안아주면서 말했어요.
"그렇지 않아, 엄마는 항상 푸바오 옆에 있었는걸~^^“
푸바오가 말했어요.
"정말요? 그런데 나는 왜 엄마가 보이지도 않고 기억도 나지 않았던 거죠? “
아이바오는 푸바오를 더 꼭 안아주면서 말해 주었어요.
"그건 푸바오가 이제 어른이 되어가고 있다는 뜻이란다. 엄마의 도움 없이 혼자서도 잘할 수 있는 나이가 되었다는 거지. 이제는 혼자서 밖에 나가고 혼자서 먹고 자면서 혼자서 많은 위기를 헤쳐 나가야 해.
그게 생존의 조건을 따르는 야생동물들의 삶이란다. 자연스럽게 찾아오는 본능에 너를 맡기면 돼. 엄마는 푸바오가 잘 해낼 거라고 믿어. “
한참을 엄마 품에 안겨있던 푸바오는 씩씩하게 일어나서 생각했어요.
'네, 엄마. 알겠어요. 걱정하지 마세요. 저도 잘 해낼게요. 꼭 지켜봐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