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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송씨네 Nov 17. 2016

'가려진 시간' & ' 신비한 동물사전'

판타지가 현실을 이길 수 없는 세상에 대해...

주말에 영화정보 프로그램을 봅니다. 매주 똑같은 포맷으로 두 영화를 소개합니다. 철 지난 영화와 최근 영화를 묶어 소개합니다. 뻔한 포맷에 깊이 있는 리뷰를 기대하기 어렵습니다. 반대로 모바일 인터넷의 등장과 SNS로 사람들은 이제 긴 리뷰를 읽지 않습니다.
그리고 재미있게도 두 편의 비슷한 소재가 비슷한 시기에 개봉합니다.
세 가지를 모두 충족시킬 수는 없지만 짧은 시간에라도 이렇게 했으면 좋겠습니다. 짧은 시간 안에 비슷한 영화 두 편을 깊이 있게 보는 시간이 되고 싶습니다.


*영화 '가려진 시간'과 '신비한 동물사전'에 대한 스포일러가 있을 수 있습니다.


얼마전 '닥터 스트레인지'가 개봉을 했지요. 마블에서 보기 힘든(?) 마법사 캐릭터라는 점에서 인상적이었지요. 묘하게 이번주에도 이런 판타지 영화들이 개봉했다는 점에서 계속되는 판타지 영화 러시는 지속될 것 같네요.





첫주자는 우리 영화 '가려진 시간'(영문원제 Vanishing Time: A boy who returned)입니다. '잉투기'로 독립영화 시장에 도전장을 걸었던 엄태화 감독의 상업영화 데뷔작이죠. 사람 자체가 판타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강동원 씨와 JYP에서 선보이는 신인 아역 여배우인 신은수 양이 주연인 영화입니다.


영화는 마치 페이크 다큐처럼 가상의 사건을 이야기하는 것으로 시작됩니다. 어머니의 죽음으로 건설회사에서 일하는 새아버지와 단 둘이 사는 수린은 새아버지의 일로 인해 섬이라고 하기엔 매우 큰 도시로 전학을 오게 됩니다. 이곳에서 고아출신의 성민을 만나게 되고 둘은 친하게 됩니다. 그러던 어느 날 새 아버지가 일하는 터널 공사현장에 다른 친구들을 데리고 호기심에 방문하게 되는데 정체불명의 작은 동굴과 알로 인해 수린을 제외한 아이들이 사라지는 사건이 벌어집니다. 그리고 실종된지 몇일 후 자신이 성민이라고 주장하는 한 사내와 마주하게 됩니다.



영화는 어른이 된 소년과 현 시대를 살고 있는 소녀의 불안한 우정과 사랑을 그립니다. 근데 사실 이 영화가 중요한 것은 수린의 삶이 아니라 시간이 멈추어진 상태에서 살아간 성민과 그의 친구들을 보여주는 대목입니다. 먹고 싶은 것, 사고 싶은 것도 마음대로 살 수 있지만 어느 순간 세 친구는 삶의 공허함을 느낍니다. 세 사람 외에는 그 모든 것이 멈춰있는 것이 사람을 미치게 만드죠. 함께 할 수 없는 청춘과 그 외로움은 '시간을 달리는 소녀'나 '미스 페레그린과 이상한 아이들의 집' 같은 타임슬립물을 떠오르게 만들었고, 대구 다섯 어린이 실종 사건 어린이들이 살아있었더라면 이러하지 않았을까라는 상상도 해보게 되었습니다. 어떤 분들은 이 영화에서 세월호 사건을 떠오르셨다고 하니깐요. 하지만 제 생각은 정지된 것은 사물이 아닌 남겨진 이들에 대한 슬픔이지 않았나 싶습니다.







이렇게 슬픈 판타지가 있는가 하면 유쾌하게 즐길 수 있는 판타지도 있지요. 바로 '해리포터' 시리즈의 스핀오프 버전인 '신비한 동물사전'(원제 Fantastic Beasts and Where to Find Them)입니다. 원작은 아시다시피 J. K. 롤링 작품이고요.



해리포터가 호그와트 학교에 입학하기 수년전... 이 학교 출신인 뉴트 스캐맨더는 미국으로 오게 되는데 실수로 자신의 마법가방에 있던 신비한 동물들이 대거 탈출하는 사건이 발생합니다. 신비한 동물을 인간세상에 반입하는 것 부터가 불법인 상황에서 마법의회에 붙잡히는 상황에 직면합니다. 거기에 빵집 창업을 꿈꾸던 노마지(평범한 인간)인 제이콥과 전직 오러(마법전담 형사)인 티나가 사건에 휘말리며 복잡한 상황에 빠집니다. 한편 정체불명의 검은 존재로 인해 인간계와 마법계의 위계질서가 깨질 위험에 빠지면서 이 모든게 뉴트의 소행으로 의심받게 됩니다.



사실 어찌보면 해리포터 시리즈에 등장한 마법 용어나 신비한 동물들을 알고 있어야 하는 부분이 많은지라 약간은 어려울 수 있는데 이것이 어찌보면 반지의 제왕 시리즈를 포함한 여러 판타지 영화에서 보여지는 장점이자 단점이라 봅니다.하지만 영화를 이해하고 원작을 이해하려는 마음만 있다면 부담없이 볼 수 있는 작품임은 분명합니다.


사실 영화에서 인상적인 것은 신비한 동물들 보다도 대용량을 자랑하는 마법가방이 아닐까 싶습니다. 영국 드라마 '닥터 후'의 타디스도 그렇지만 영국작품들은 눈에 보이는 것 보다 보이지 않는 상상 속의 사이즈가 더 멋지게 다가오는게 인상적이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또하나 인상적인 것은 기억을 지우는 장치인데 마치 '맨 인 블랙'의 기억 말소 장치(뉴럴라이저)와 같이 안좋은 기억을 지우는 것처럼 아픈 기억을 지우는게 좋은 것일까를 생각해봅니다. '이터널 션샤인'에서도 이런 모습이 등장하는데 어쪄면 지금 같은 상황에 국민들도 나쁜 기억을 잊고 싶지 않나 생각도 듭니다.








요즘은 영화보다 현실이 판타지 같다는 생각도 듭니다. 하룻밤 자고 일어나면 판타지보다 더 황당한 사건이 벌어지고 개그 프로그램보다 더 웃픈 이야기가 나오는 상황이죠. 무당이 나라를 이끌고 나라를 대표하는 분은 판타지에 빠져 스스로를 드라마의 여주인공으로 착각하고 살고 있습니다. 내가 왜 살고 있나 자괴감이 들을 정도죠.

판타지가 현실을 이길 수가 없습니다. 적어도 대한민국에서는 말이죠. 이제 판타지 빠져 나와 현실적이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래서 우리가 촛불을 들고 있는 것인지도 모르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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