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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송씨네 Nov 08. 2016

'로스트 인 더스트' & '램스'

생존을 위한 우애에 관하여...

주말에 영화정보 프로그램을 봅니다. 매주 똑같은 포맷으로 두 영화를 소개합니다. 철 지난 영화와 최근 영화를 묶어 소개합니다. 뻔한 포맷에 깊이 있는 리뷰를 기대하기 어렵습니다. 반대로 모바일 인터넷의 등장과 SNS로 사람들은 이제 긴 리뷰를 읽지 않습니다.
그리고 재미있게도 두 편의 비슷한 소재가 비슷한 시기에 개봉합니다.
세 가지를 모두 충족시킬 수는 없지만 짧은 시간에라도 이렇게 했으면 좋겠습니다. 짧은 시간 안에 비슷한 영화 두 편을 깊이 있게 보는 시간이 되고 싶습니다.


*'로스트 인 더스트'와 '램스'에 관한 스포일러가 있을 수 있습니다.


형제, 자매, 남매가 위대하다고 느껴지는 요즘입니다. 부모와 자식의 관계도 소중하지만, 부모가 세상을 떠나면 결국 의지할 수밖에 없는 것은 배우자가 아니면 피를 나눈 바로 가까운 이들이 중요할 수밖에 없거든요.
그런 점에서 최근 개봉한 '로스트 인 더스트'(원제 Hell or High Water)와  '램스'(원제 Rams/Hrútar)는 묘한 공통점이 있다는 것이죠.
형제라는 공통점이 있지만, 이들은 묘하게도 '생존을 위한 우애'를 보여주고 있다는 점에서 다른 듯 닮아있기 때문이죠.







'로스트 인 더스트'의 배경은 미국 텍사스의 시골마을입니다.
출소한 형 테너와 이혼남 동생 토비는 유일한 유산으로 농장을 가지고 있지만, 빚더미에 시달리는 상황입니다. 농장을 팔면 될 것 같지만, 석유가 매장되어있는 이 땅을 자식들에게라도 물려주고 싶은 마음에 이 곳을 판다는 것은 생각할 수 없는 일입니다.
형제는 결국 땅을 사수하기 위해 은행을 터는 아이러니한 상황에 직면합니다. 한편 이들을 쫓는 보안관 중 곧 정년퇴임을 앞둔 해밀턴은 느리지만 끈기있게 혼혈 인디언 출신 파트너와 잠복수사를 하게 됩니다. (이 부분에서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가 살짝 떠오르죠)



영화는 내내 암울한 모습뿐입니다. 빈집이 가득하고 대출을 알선하는 광고판으로 텍사스는 어둠만 가득해 보입니다. 거액의 팁을 빼앗기지 않으려는 웨이트리스와 주는 대로 먹으라는 욕쟁이 할머니, 겁에 질린 은행원…. 저마다 다른 모습이지만 살기 위해 몸부림치고 있다는 점에서 공통점을 지닙니다. 파산하지 않기 위해 실적이 나쁜 은행지점도 폐점하는 상황….


텍사스의 모습은 미국의 암울한 모습 중에서 빙산의 일각일지도 모르죠. 어쩌면 이 형제들이 사는 방식과 늙은 보안관의 모습도 방식은 다르지만 결국 앞의 그들처럼 살기 위한 방식의 하나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한편 또 다른 곳에서는 앞의 테너와 토비 형제와는 다른 방식으로 우애를 과시하는 형제도 있습니다.


아이슬란드를 배경으로 만든 '램스'의 양 목장에는 40년 동안 말 한마디 섞지 않는 형제가 삽니다.
바로 코앞의 집들인데도 말입니다. 형 키디는 땅 전체를 동생 구미의 이름으로 남긴 부모의 유언으로 인해 그를 시기하고 질투하는 상황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우수 양 선발 대회에서 형의 양이 1등을 먹었으니 서로 좋을 리가 없죠. 근데 형의 양이 뭔가 이상함을 감지하고 마을 수의사를 불러 알아본 결과 양 전염병 스크래피가 발생한 것을 알게 되지요. 자신의 양을 죽게 만들었다며 구미를 원망하고 분노의 총질을 날립니다. 근데 두 사람의 양들만이 아니라 마을 전역의 양들도 도살시켜야 하는 상황입니다. (구제역, 조류인플루엔자 등을 겪어본 우리에겐 도살이 얼마나 농장주들에 큰 고통인지 잘 알고 있지요)
이런 상황에서 동생 구미는 형과 마을 사람들 몰래 양 몇 마리를 빼돌려 몰래 기르기로 합니다.



'램스'는 예고편이 코믹영화로 포장되었으나 사실 알고보면 '로스트 인 더스트' 만큼이나 암울한 영화입니다.
이 영화의 경우는 초반 애정이라고는 눈곱만도 없어 보이는 형제의 모습이 보이나 술에 취해 눈덮인 야외에서 동사 직전인 키디를 구미가 아무렇지 않은 듯 포크레인에 실어 먼 거리의 병원에 던지고(?) 가는 장면은 요즘 흔히 말하는 츤데레(무심한듯 챙기는) 캐릭터의 대표적인 모습을 보입니다. 서로 단절된 형제지만 그들의 애정은 어느 정도 남아 있다는 것을 보여주죠. 마지막에 이들 형제는 더 단단한 결속력을 보이며 서로의 우애를 재확인합니다. 결국, 어려울수록 뭉칠 수밖에 없는 것이 이들 피를 나눈 관계임을 보여주는 것이죠.








'로스트 인 더스트'와 '램스'는 결국 어려울수록 더 단단해지는 것은 형제애라는 것을 보여줍니다.


경제 불황의 미국, 양 전염병에 걸린 아이슬란드 오지 마을…. 벼랑 끝의 상황에서 이들은 어떻게 위기에서 벗어났을까요?
두 작품이 보여주는 형제애도 달랐고 결론도 다르지만 결국 형제, 자매, 남매가 보여주는 결속력의 힘이 위대함을 말하고 있다는 점에서 두 작품 모두 소중한, 좋은 작품이 아니었나 생각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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