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송씨네 May 17. 2016

예능과 무식의 상관관계에 대해서...

아이돌의 탓으로 돌리기엔 방송가는 문제가 많다.

SNS에 트와이스 쯔위 양과 AOA(특히 설현 씨)에 대한 생각을 간단히 정리했는데 의외로 엄청난 리트윗을 기록하다 보니 이 부분에 대한 장문의 글을 쓰게 되었습니다. 원래는 제 브런치에는 영화 글만 올리기로 다짐했었고 몇몇 SNS나 커뮤니티에 남기기로 했는데 같이 생각해보면 어떨까 싶어 이곳에도 글을 쓰게 되었습니다.






우리나라 예능은 무식이 곧 재미를 주는 장치라 여기고 있습니다. 틀린 말은 아니죠.

하지만 그게 단순한 상식이면 모를 수 있지만 우리 역사라면 좀 다를 수 있다는 것이 이번 AOA 멤버들의 예능에서 발언 사건의 경우 크게 작용한 것 같습니다.


해당 방송을 보지 못했지만 '온 스타일'의 '채널 AOA' 같은 프로그램은 과거에도 많았고 지금도 많습니다. 공통적으로 이런 아이돌 버라이어티는 컴백을 앞두고 혹은 컴백을 하고 나서 기획형으로 제작되고 있죠. MBC 플러스(에브리원, 뮤직)의 '쇼 타임'이나 '어느 멋진 날'은 아이돌 컴백을 알리는 지점의 프로그램이고 앞에 '채널 AOA' 같은 방식을 따릅니다.


그렇다 보니 이들 프로그램은 하나같이 미션을 주어 한 회 방송분을 만드는데 퀴즈나 여행, 먹방 등 그 소재는 상당히 뻔해 보입니다. 그렇기에 결국 퀴즈 같은 것도 그 아이돌의 순수함을 보기 위한 이유로 결국 무식함을 만천하에 공개하게 되는 것이죠.


기사를 보니 AOA 멤버들이 해당 퀴즈 장면을 편집을 요청했으나 제작진이 거부했다고 하는데 제작진이 이해 가면서도 한편으로는 잘못된 부분이기도 합니다. 프로그램은 그날의 분량이란 게 있는데 해당 부분이 편집되면 추가 촬영을 하거나 편집의 힘으로 분량을 늘려줘야 하는데 쉽지가 않은 것이죠. 더구나 이렇게 멤버들의 무식함으로 순수함과 더불어 재미를 주었는데 이 장면을 누가 편집하고 싶겠냐는 것이죠. 하지만 아이돌도 팬들에게 즐거움을 선사하는 이들 이기 전에 사람이라는 것이죠. 창피한 치부를 드러냈는데 그걸 어떻게 방송으로 내보내고 싶을까요?





제가 즐겨보는 프로그램인 '무한도전'이나 '1박 2일' 같은 예능의 예를 들어보죠. 편집점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보여준 방송분이 있었죠. 그전 녀석으로 알려진 리쌍의 길이 출연했던 '죄와 길'편이 그것이죠.



숙박을 했던 곳에서 바닥에 오줌을 싼 것을 방송에 공개한 유 반장(유재석 씨)에게 명예훼손 재판을 거는 내용의 에피소드였는데 길이 해당 PD에게 만약 자신이 오줌 싼 내용을 편집해달라고 하면 편집해줄 용의가 있었냐는 질문이 나옵니다. 자신에게 창피한 내용이고 불편한 내용이었지만 제작진이 편집할 것이란 믿음을 가졌고 하지만 그 믿음은 보기 좋게 빗나간 것이죠. 결국 이 경우도 재미만 찾다가 웃음거리가 되었는데 제작진은 이런 부분에 있어서도 예능으로 승화시키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그럼에도 이 에피소드가 인상적인 것은 적어도 서로의 변명을 들어볼 시간을 가졌다는 것이죠.


하지만 요즘 아이돌 예능은 한 회 한 회가 미션이므로 이 변명을 들어 줄 시간이 없고 그냥 망신당한 것으로 처리를 해버리는 것이죠. 하지만 앞에도 말했듯이 다른 것도 아닌 역사입니다.




다시 '무한도전'과 '1박 2일' 예를 들어보죠.

아시다시피 두 프로그램은 무식함을 자랑하는 출연진들이 나오는데 재미있게도 이것들이 구설수로 오른 일은 전혀 없었죠. 무도는 은근히 역사 관련 특집이 많았는데 아이돌과 함께한 'TV 특강'이나 경주 특집, 궁 밀리네어, 스피드(독도) 특집, 배달의 무도 등 역사 이야기가 꽤나 많았습니다.

그러나 그들이 비난받지 않은 이유는 멤버들 본인들도 백지상태에서 배우려는 의지가 보였고 제작진도 그 부분에 있어서는 장난이 아닌 진심을 보였고 알게 되는 과정을 시간이 걸려도 차근차근 보여준 것이죠.



'1박 2일'의 하얼빈 특집도 그렇죠. 전반부에는 어느 예능이 그렇듯 바보들의 행진을 보여주다가 후반부 안중근 의사의 이야기를 전달하면서는 그 부분을 빼고 진지하게 갔다는 곳이죠, 특히 이 프로그램에서 바보 캐릭터로 익숙한 김종민 씨가 생각보다 공부를 많이 했다는 것은 프로그램의 의도와 진지함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라 봅니다.


결국 한 회 인스턴트처럼 찍히는 아이돌 예능은 그 진심을 보여주는 과정이 사라지고 빨리 방송에 내보내려는 것에 집착해 대형사고로 이어지는 것이죠. 합의하에 편집점을 찾거나 스피드 퀴즈처럼 정신없이 누굴 맞추는 게 아니라 천천히 공부하는 과정만 보여주더라도 비록 틀리더라도 진심이 보일 테니 문제가 되지 않는 것이죠.


그런 이유로 저는 이번의 아이돌의 역사 인식 부족의 문제만큼 제작진이 더 잘못했다고 말씀드리는 이유가 여기에 있는 것입니다. 아이돌은 수 십 년 동안 연습생으로 있다가 빛을 보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이 중도 포기하거나 소속사를 옮깁니다. 학업이 보장되지 않고 자유도 일정 부분 제한됩니다. 그런 이들에게 무언가를 배우는 시간이 부족한 것은 소속사의 책임이며 방송은 그런 그들을 이해해줄 필요가 있습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방송이 못 배운 것을 자막으로 큼지막하게 써놓고는 망신을 주고 있습니다. 정말 망신은 누가 당해야 옮다고 보시는지요. 적어도 우리는 그 아이돌들에게 돌을 던질 자격은 없습니다.

작가의 이전글 영화를 보는 즐거움-시사회, 무대인사, GV (2)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