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무늬가 있는 시(詩)

괭이밥

by 보리

괭이밥

작다고

가볍게 보지 마라

너는

버려진 돌 틈에 끼여

빛나는 마음을 품어본 적 있었는가

몰라도 된다.

내 안에서 자라나는

노오란 불 빛 하나


햇살 한 줌에

실눈을 뜨고

짓밟히면서도 신물 나는 세상을

얼마나 삼켜보았느냐


누군가 오랫동안

닦은 거울 속에서

비로소 잊었던 얼굴이 떠오른 날

너는

한 번이라도

누군가의 어두운 거울을 닦아본 적 있느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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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초를 뽑다가 잡초라는 이름을 가졌다는 이유로

생명을 빼앗을 자격이 있는지 늘 손끝이 쭈뼛거렸다.

바위틈에 꽃들 사이에 노랗게 눈뜬 괭이밥 꽃 앞에서

끝내 손길을 거두고 만다.

세상을 살면서 이리도 안쓰럽고 질긴 생명을 가진 꽃이 있을까?

어린 시절 친구들과 뛰어놀다 목이 마르면, 괭이밥 잎을 씹어 지독한 신맛에 몸서리치며 깔깔대던 추억이 소환되고, 이 작고 고운 생명체가 세상을 살아내기 위해 삼켰을지도 모를 고통의 맛을 온몸으로 간직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해가지면 그 작은 꽃잎을 오그리고

비가 와도 꽃잎을 오그려 자신을 지켜내다

햇살 한 줌에

피어난 노란 불꽃같은 꽃잎을 보다가

아무도 모르게 세상을 닦고 있는 작고 고운 마음 하나를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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