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리잔
유리잔
찰나의 망설임으로
다시는 붙잡지 못했던 그날 저녁처럼
유리잔이 깨졌다.
산을 넘어온 별 하나
창문에 부딪히며
내 안에서 조용히 부서진다.
날카로운 유리 조각 사이로
내가 놓친 말들이 반짝인다.
미안했어!
사랑했어!
다시는 되돌릴 수 없는 순간들이
얼마나 많았는지
휘청이는 하늘 아래
흘러내린 빛들을 주워 담는다.
무너지는 것들을 견디며
흘린 눈물은
오래전 해풍(海風)이 되어 날아갔지만
내 마음엔 아직
뜨거운 파편이 박혀 있다
깨진 유리잔 속에
별 하나 담겨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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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은 설거지를 하다 순식간에 손끝에서 미끄러진 유리잔이 깨졌다.
찰나여서 잡을 수 없던 순간들,
살면서 다시는 되돌릴 수 없는 일이 얼마나 많았던가를 깨진 유리잔을 보면서 생각했다.
죽기 전에 많이 한다는 후회 중에 자신과 타인에게 감정표현을 하지 못했던 것이 있다고 한다.
특히 ‘사랑한다.’는 말. ‘고맙다.’는 말.
마음속에는 가득했으나 표현하지 못했던 안타까운 순간들은 이미 시간의 무덤에 갇혀 다시는 되돌릴 수 없게 되었다.
유리창 밖에는 먼저 뜬 샛별이 내 마음을 들여다보는 것 같았다.
시간은 흘렀지만 아직도 내 안에 박힌 ‘후회’라는 파편처럼
되돌릴 수 없었던 순간들이 남긴 상처를 조용히 마주하며 나 자신에게 해주고 싶은 말들을 떠올렸다.
되돌릴 수 없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 별이 지고 나면 다시 해가 떠오를 것을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