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미
거미
햇살이 마당을 더듬듯
빠르게
거미가 지나간 아침
손님이 오시려나 보다
어머니는 빗자루를 들었다.
거미는 제 몸을 뽑아
하얀 발자국을 만들며
허공에 다리를 세운다.
떠나온 것을 돌아보며
흘린
마음 한 자락
누군가는 그 위를 스쳐 지나가고
누군가는 거기 걸려
젖은 그물을 발견한다
나는 가끔 생각한다
누군가의 인생에서 나도
그런 손님이었을까
잠시 흔들리다
꽃향기를 스치고 간
바람 같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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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거미가 보이면 엄마는 말없이
빗자루를 들고 마당을 쓸었다.
아침 거미를 보면 반가운 손님이 오신다는 옛날 이야기
기다림의 이유로 설렘을 동반한 하루가 밝아진다.
아침 이슬이 걸린 거미줄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작은 숨결에도 흔들리는 거미집
햇살에 반짝이는 생의 실금들
무너지면 다시 짓고
흔들리며 살아가는
필사의 건축.
자신의 모든 것인 생명을 뽑아 만든 집보다 아름다운 것이 있을까?
귓가에서 맑은 목소리의 동요가 들린다.
송알송알 싸리잎에 은구슬
조롱조롱 거미줄에 옥구슬
대롱대롱 풀잎마다 총총
방긋 웃는 꽃잎마다 송송송
지구라는 별에서 나도 그리고 너도 손님이다.
나는
꽃향기를 스치고 간
바람 같은 손님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