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무늬가 있는 시(詩)

가시엉겅퀴

by 보리

가시 엉겅퀴


왜 그렇게 날이 서 있냐고

왜 그렇게 다가가면 아프냐고



모든 꽃이

햇살 아래 머리 숙일 때

너는

바람을 향해

빳빳하게 고개를 세웠다



너를 사랑한 날부터

내 안에 가시가 돋기 시작했다



아프다고 말할 수 없어서

몸 밖으로 밀어낸 가시에 찔려

피 흘리는 마음이

꽃이 되기까지



너를 향해 걸어간 사랑도

그랬다.



오늘

나는 너의 가시를 헤치고

보드라운 그 꽃잎에

내 상처를 누이고 간다



그것이면 되었다.


엉겅퀴1.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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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 입구부터

줄지어 엉겅퀴 꽃이 피기 시작했다.


온몸에 가시를 두른 그 꽃을 마주하면

더는 상처받고 싶지 않아

스스로 가시로 무장한 마음이 보인다.


말하지 못한 아픔이 가시로 돋아나고

다시 묵은 상처를 찔려

멍든 모습으로 피어난 꽃잎은 또 너무도 부드럽다.


누군가를 사랑하다 상처받고,

그 상처를 지우지 못한 채

끝내 뜨거운 꽃으로 남고 싶은 자존심은

곧추세운 자세에서 보인다.


한때는 나도 누군가의 가시에 찔렸고,

또 누군가를 가시처럼 찔렀을 시간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늘

나는 그 모든 상처의 자리에

부드러운 보랏빛 꽃잎 위에

마음을 누이고 싶다.


그것이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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