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무늬가 있는 시(詩)

이팝나무 꽃

by 보리

이팝나무 꽃



고봉으로 쌓인 꽃잎이 지고

가난한 봄이 채 끝나기도 전에

너는 작고 조용한 숨으로

우리 곁에서 빠져나갔다



기다림으로 허기를 눌러

이밥처럼 하얗게 쌓인 꽃잎

어머니의 눈물은

마당 끝 이팝나무 가지에 걸려있다.



누추한 하늘에서

불쑥 돋는 눈썹달

반쯤 식은 죽을 앞에 두고

별 하나가 조용히 꺼졌다.



내가 견딘 모든 사랑이

바람이 되어 간 그 길 위에서

등과 등이 닿으면

세상이 조금은 따뜻해지겠지.



내 안에 남은 것들이 흩날리고

그조차도 너를 향한 마지막 편지였다.

하얀 그리움을 흔든 것은

바람이 아닌지도 모르겠다.


이팝2.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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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당 가장 구석진 곳에 키 큰 이팝나무가 있다.

올봄에도 여지없이 하얀 이팝나무 꽃이 고봉밥처럼 피었다.


나에게는 태어난 지 얼마 되지 않아 별이 되었다는 언니가 있다.

너무 예뻤다는 말을 반복하는 것이 엄마의 슬픔의 표현이었다.


너무 일찍 세상을 떠나서

언니라고 하는데 늘 동생 같이 애잔한 마음이 든다.


나물과 풀뿌리로 끼니를 떼우던 춘공기

이팝나무 꽃을 보면 저절로 이밥을 맘껏 먹는 것이 소원이었던 우리 역사의 배고픔이 떠오른다.


'마른 논에 물 들어 가는 것하고 자식 입에 밥 들어가는 것이 제일 보기 좋다.'는 옛 말

하얀 이밥을 고봉으로 떠서 딸에게 먹이고 싶었을지도 모를 엄마의 슬픔이 떠오른다.


살아있다는 것은 아름다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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